회의록엔 늘 숫자와 결정사항이 적힌다.
누가 말했고,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하지만 회의가 끝난 뒤 내게 가장 강하게 남는 건
감정이다.
회의 내내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말하지만
나는 감정이 흔들렸다.
“지금 이 말, 틀린 건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이건 저 사람 담당 아닌가?”
“이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다가,
입술 끝에 맴돌다,
결국 말이 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렇게 감정은
늘 회의록 밖에서 혼자 버티고 있었다.
회의 중, 타 부서의 부서장이
"이건 ○○팀에서 맡아주세요. ○○님이 담당해 주시죠."라며 나를 지목했다.
그 일은 우리 부서 일이 아니었고,
내 상사와 상의된 적도 없었다.
불쾌했다.
하지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네, 일단 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여기서 거절하고 상사에게 말해봤자
결국 윗선에서 돌고 돌아 내가 하게 될 것 같았고,
그러면 결국 일도 하면서
자존심까지 내려놔야 한다.
지금 수락하면 호의적인 척이라도 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불쾌하고 언짢았다.
그럼에도 이 감정은
회의록 어디에도 적을 수 없었다.
어디 그뿐이랴.
수많은 회의에서
내가 속으로 삼킨 말들,
불편했지만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
답답했지만 외면해야 했던 감정들.
내가 옳다는 걸 알아도,
지적하려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무언가 아닌 것 같아도,
괜히 일만 하나 더 늘까 봐.
좋은게 좋은거니까.
그리고 이 사람들 내일도 봐야하니까.
어떤 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정확한 의견 대신 안전한 표현을 골랐고,
비판보다 무탈함을 택했다.
그렇게 누가 무엇을 해야할지만 적힌 회의록을
회사에 남겨두고 퇴근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 감정은 집까지 따라왔다.
회의록에는 남지 않았지만
회의 중 내가 느낀 감정은 분명히 나의 언어였다.
감정은 회의록이 되어
퇴근한 나를 온저히 쉬지 못하게 했다.
감정도 회의록에 담아
회사에 놓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