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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May 08. 2023

번아웃에 빠진 당신에게

수행이 필요해


“그동안 애 많이 썼어.” 어떤 일을 끝냈을 때 이런 인사를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껏 기울인 노력과 헌신 덕분에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뜻이자 수고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알아주는 인정의 표시이니 기분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 말을 건네는 사람의 진심까지 느껴지면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사전적으로 ‘애쓰다’라는 단어는 ‘몸과 마음을 다하여 힘쓰다’는 뜻입니다. 뭔가를 이루려면 당연히 애를 써야 하고, 그렇게 할 때 경험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또 그 일이 ‘우리’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면 “그동안 애썼어”라는 인사는 그간의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원래 ‘애쓰다’에서 애란 주로 창자나 쓸개를 뜻하는 고유어입니다. 보통 간장(肝腸)과 합쳐져서 애간장이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입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애가 어떤 부위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말에 애와 관련된 표현이 많습니다. '애를 쓰다, 애를 태우다, 애끓다, 애를 끊다, 애가 마르다, 애달프다, 애간장을 녹이다' 등과 같은 문장은 아주 익숙합니다.  


애를 쓰는 것은 내 힘을 모두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냥 일하는 것과 애를 써서 일하는 것은 다릅니다. 애는 '초조한 마음속, 몹시 수고로움'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애를 태우거나 애를 끓이고, 녹이는 것은 초조함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입니다.


예컨대 ‘애면글면’이란 말은 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애를 쓰는 모양을 뜻합니다. 근심스럽고 초조한 가운데 온갖 힘을 다하여 애쓰는 모양새입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준을 벗어난 일종의 과부하 상태, 즉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애쓰다, 애썼다는 말은 인정과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애씀은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애쓰다 앞에 ‘지나친’ ‘지나치게’라는 부사가 붙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느껴져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한편, 마음챙김 명상의 권위자인 존 카밧진이 만든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에는 일곱 가지 마음챙김 태도가 있습니다. 그 태도 중 하나가 ‘애쓰지 않음(non-striving)’입니다. 필요 이상의 애씀을 경계하면서 그 반대의 태도를 강조합니다.  


MBSR에서의 ‘애쓰지 않음’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고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노력이나 기대를 떨쳐내는 태도를 이릅니다. 이를 통해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재의 순간을 살아갈 것을 당부하지요.  


명상을 하면서 ‘나는 이완하려고 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으려 하고 있다, 나의 아픔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또는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속에 ‘나는 지금 어디론가 가야만 해.’라는 생각이 따라오고, 그로 인해 ‘나는 지금 올바르게 행하지 못하고 있어’라며 자책하게 됩니다.  

 

존 카밧진은 궁극적으로 명상이란 ‘무언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므로 무언가 결과를 바라거나 효과를 생각하는 태도는 마음챙김 수련을 위태롭게 한다고 여깁니다. 마음챙김은 무엇이 일어나든 오직 그것에만 주의를 집중할 것을 중요시합니다.


그렇다면 일상의 삶에서 애쓰지 않기(non-striving) 태도를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목표를 염두에 두는 대신 현재의 경험에 집중할 것을 권합니다. 가능하면 노력과 기대를 떨쳐내고, 현재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노력과 기대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빼놓지 아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자책감을 떨쳐내고, 자신을 포용하는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할 때 내면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미 자신이 온전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고 마음챙김을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힘들다면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세요. 긴장을 풀고 이완의 시간을 나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내가 지나치게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효과를 바라며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러한 애씀은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애쓰지 않기는 마음챙김 명상 수련뿐 아니라 번아웃을 막고 나를 돌보는, 어렵지만 필요한 마음가짐입니다. 소진이 되면 더 많은 휴식을 나의 뜻과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가져야 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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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7가지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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