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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Jun 05. 2024

지혜로운 소통

인생학교에서 그림책 읽기


아무런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은 상처를 줍니다. 그 말이 진실이라 해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소통의 걸림돌도 되지만 폭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거나 섬세하게 살피지 못한 말과 행동이 지닌 파괴력 때문입니다.


말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가리지 않을 때도 상처와 폭력이 남습니다.  그렇기에 처음에 내놓는 말과 행동은 신중해야 합니다. 당신이 하려는 말이 상대에게 적당한 때인지, 상대가 받아들이기에 적당한 상황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통을 경험하는 이유는 상대에 대한 배려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식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갈등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도 됩니다. 그림책 학과 해오라기는 불통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성급하게 판단하고 적절히 마음표현하는 법을 모르면 어떻게 되는지 실감 나게 보여줍니다.   


먼 옛날, 그리 크지 않은 늪에 학과 해오라기가 살았습니다. 학은 한쪽 끝에 둥지를 짓고 살았고, 해오라기는 그 반대편 끝에 둥지를 짓고 살았습니다. 혼기가 꽉 찬 학은 문득 외로움을 느끼고 건너편에 사는 해오라기를 떠올리며 청혼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마침내 학은 해오라기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마음이 들뜬 나머지 학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대뜸 "결혼해 주시겠습니까?"라고 프러포즈를 합니다. 학의 청혼을 받은 해오라기. 당황한 나머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채 모진 말을 내뱉습니다.


"결혼이요! 어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신 꼴을 한번 보세요. 목 하고 다리 빼면 뭐가 있지요? 우둘투둘한 무릎은 또 어떻고요!"


해오라기는 무심코 내뱉은 도 모자라  학의 가슴을 후벼 팝니다.  

"당신은 저를 먹여 살릴 만큼 물고기를 잡지도 못할 걸요!”

해오라기의 말을 들은 학은 칼에 베인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해오라기는 자신이  학에게 매정하게 대했다는 걸 뉘우칩니다. 마음에 걸린 해오라기는 결혼을 수락하러 학을 찾아갑니다.


화가 풀리지 않은 학은 찾아온 해오라기를 차갑게 맞이합니다.  학과 오라기는 실상 속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상처 주는 말을 핑퐁식으로 이어갑니다. 서로에게 상처 줄 말들을 퍼붓어댑니다. 그러기를 수차례. 둘은 늪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오락가락하면서 후회와 거절을 반복합니다.


학과 해오라기가 다투는 데에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사과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앞뒤를 잘라먹고 청혼을 하는 학도 문제이지만, 학의 청혼을 받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해오라기도 문제입니다. 잠시 멈추고 적절한 표현을 골랐다면 상처를 주는 일도 받는 일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말의 내용이 진실하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집니다. 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할 일은 내 말을 들을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살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편입니다. 자기중심적 말하기입니다. 진실이면 다 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진정 상대를 배려하려면  말하는 때를 살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해야 합니다.


또 표현을 할 때도 평가하는 말을 삼가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말과 행동만을 가지고 단정적으로 말하면 실수하기 십상입니다. 명상에서는 리액션 즉 즉각적인 반응보다 여유를 가지고 응하는 리스폰딩, 즉 대응하기를 권합니다. 즉각적인 반응은 때때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입니다.


여유를 가지고 대하면, 짧은 사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게 됩니다. 상황을 명확하게 알면 유연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학과 해오라기가 소통을 잘하려면 먼저 지혜로워야 합니다. 제 멋대로 해석하는 걸 멈추고, 말할 상황인지를 살피고,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 게 순서입니다. 그래야 잘못 끼워진 단추로 인해 생긴 불상사를   수 있습니다.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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