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책 사이: 햇빛은 공평하다

우리는 모두 온전한 존재

by 심월


햇빛은 나에게도

그림자를 줍니다.

나를 바보라고 놀리는 아이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똑같은 크기,

똑같은 색깔의 그림자를 줍니다.


오승강 시인의 〈햇빛은 나에게도〉 일부입니다. 시인은 특수학급 아이의 눈을 빌려 세상을 말합니다. 운동장에 선 아이는 발달이 늦고 몸이 불편한 자신을 ‘바보’라 놀리는 또래 아이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습니다. 햇빛은 그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똑같이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말합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깨를 펴고 서 있을 이유가 충분하다고요.

햇빛은 차별하지 않습니다. 잘난 아이와 못난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 위에 드리우는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같은 크기, 같은 색깔입니다. 이 평범한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얼마나 쉽게 편견을 갖는지, 또 얼마나 쉽게 선을 긋는지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그늘 아래 숨어 있을 까닭이 없다”라고. 우리는 때로 자기 약점을 부끄러워하며 숨어버리기도 하지만, 사실 햇빛 아래에 설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차별 없이 비추는 햇빛처럼 우리도 넓은 품을 지닌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세상에 우열은 없을 것입니다.



그림책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는 시가 전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이고 서정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다섯 친구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배에 큰 구멍이 뻥 뚫려 있고, 또 하나는 몸이 꼬깃꼬깃 접혀 있으며, 어떤 친구는 늘 피곤해 졸음을 참지 못합니다. 또 다른 친구는 거꾸로 다니고, 마지막 친구는 찌그러진 공처럼 엉망진창 모습입니다. 완벽한 아이의 눈에 비치면 모두 쓸모없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구멍 난 친구는 화가 나도 금세 연기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꼬깃꼬깃한 친구는 주름 속에 수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거꾸로 다니는 친구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봅니다. 엉망진창인 친구는 매번 실패하다가도 간혹 해냈을 때 남들보다 몇 배 더 크게 기뻐할 수 있습니다. 부족함은 무용지물이 아니라, 오히려 독특한 개성이 됩니다.

이 다섯 친구는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서로를 토닥이며 자신들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그 순간 그들의 삶은 누구보다도 충만하고 즐겁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 부족함을 감추려 합니다. “나는 쓸모가 없어”라는 말을 삼키며, 다른 사람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가면을 씁니다. 하지만 가면은 오래 쓸 수 없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외면할수록 삶은 점점 무거워집니다.

세계적인 명상 안내자 타라 브랙은 《자기 돌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외면하고 두려워하는 것들을 친절한 자각으로 끌어안을 때 비로소 ‘나’로 살아갈 수 있다.”


부족함을 감춘 채 살아가는 것은 진짜 삶이 아니라 ‘대체된 삶’ 일뿐이라고,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안아주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시와 그림책은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상처받고 부족한 듯 보여도, 사실 우리는 모두 온전한 존재라는 것. 햇빛이 가리지 않고 그림자를 드리우듯, 삶 또한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

생각해 보면,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래 입던 옷에 작은 구멍이 나면 우리는 아쉽지만, 그 옷은 여전히 우리의 몸을 덮어줍니다. 가끔은 그 구멍마저 편안함의 표시가 되기도 하지요. 사람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다투고 오해로 금이 갔을 때, 오히려 그 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관계는 더 단단해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부족한 그대로가 우리의 힘이 되기도 합니다.

오승강 시인은 “다른 아이들과 내가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햇빛 아래 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르다고 구분 지을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림책 속 다섯 친구도, 시 속 특수학급 아이도, 우리 모두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을 재는 잣대는 수천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두 가지로 누군가를 규정하는 건 불공평합니다. 오히려 다양하고 열린 잣대를 가질 때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햇빛은 이미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잣대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나요? 혹은 어떤 잣대로 다른 이를 평가하고 있나요? 혹여 그 잣대가 너무 단단해 당신의 마음을 좁히고 있지는 않은가요?

햇빛 아래 서 있는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같은 크기로 드리워집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공평합니다. 부족함을 끌어안고, 서로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함께 사는 삶의 시작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