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생, 우유부단은 죄

나를 단단하게 하는 시간

by 심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삶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에 달렸다는 말입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이 모여 인생을 빚는다는 의미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독백하지요. 끝없는 망설임과 주저함은 후대에 ‘햄릿 증후군’, 즉 결정장애라는 말까지 낳았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경우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돌아보면 우리도 종종 햄릿이 됩니다. 메뉴판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거나,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었다 뺐다 하며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이런 망설임은 소소한 일상이니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큰 기로에서 결정을 미룰 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의 우유부단은 생각보다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멕시코 출신 작가 돈 미겔 루이스는 시 〈인생〉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인생은 짧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일도 곁에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 아이들, 친구들, 사랑하는 이들과 보내는 순간을 있는 힘껏 누리라고 당부합니다. 그것이 삶의 비밀이라는 듯이 말이지요.


그림책 《할까 말까?》는 이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전합니다. 숲 속 마을에 ‘할까 말까’라는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까 말까, 눈을 비빌까 말까, 세수를 할까 말까. 사소한 일마다 망설이다가 하루를 흘려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큰 불이 납니다. 하지만 할까 말까는 “불이야!” 하고 외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 결정적인 순간을 놓쳐버립니다. 불은 삽시간에 번지고 마을은 잿더미가 됩니다. 단 한 번의 망설임이 큰 화를 부른 것이지요.


죄책감을 느낀 할까 말까는 빨리 결정하는 법을 배우겠다며 길을 떠납니다. 옆 마을의 ‘똑 부리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망설이는 삶과 결단하는 삶이 어떤 차이가 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만의 우화가 아닙니다. 오래 미뤄둔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하다가 끝내하지 못한 경험, 마음은 있지만 망설이는 사이 기회를 놓쳐버린 기억은 낯설지 않습니다.


인생이 짧고 내일은 어찌될지 알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지금 순간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와 그림책이 공통으로 말합니다. 우유부단은 때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책임의 문제입니다.


우리 사전에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망설이다가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중함과 우유부단은 닮아 보이지만 신중함은 책임을 동반하지만, 우유부단은 책임을 미룹니다.


선택의 역설이 말해주듯, 너무 많은 가능성은 오히려 우리를 결정장애로 만듭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모든 경우를 따져보는 완벽한 기준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충분히 알맞다싶은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그 기준에 따라 한 걸음 내딛는 것, 그 작은 결단이 인생을 앞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짧은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선택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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