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스스로를 가두는가

나를 단단하게 하는 시간

by 심월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유안진 시인은 〈내가 나의 감옥이다〉에서 남의 눈에 자신을 비추어 보느라 정작 자신의 내면을 보지 못했고, 그 결과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었다고 말합니다.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시인은 자신의 삶을 포장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뼈아픈 성찰을 통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냅니다. 타인의 시선에 매달리다 보니, 원하는 삶을 살기는커녕 오히려 스스로를 억압하고 가둔 채 살아왔다고 고백합니다.


삶의 중심이 흔들릴 때 가장 무서운 건 타인의 평가입니다. 우리가 겪어온 삶의 무게를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말 몇 마디에 며칠이고 마음을 빼앗기고, “그 말이 맞는 건 아닐까” 의심하며 자신을 흔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런 말에 끌려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죠.


류시화 시인은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해온 것은 들었지만, 당신이 겪어 온 일들은 듣지 못했다.” 결국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림책 《발레리나 벨린다》의 주인공 벨린다도 타인의 시선에 좌절을 겪습니다. 발레 심사장에서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큰 발만 보고 “발레리나가 될 수 없다”라고 단정합니다. 춤을 추지도 못한 채 무대를 내려온 벨린다는 상처를 입고 꿈을 접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큰 발”이 그녀를 자유롭게 합니다. 식당에 취직한 벨린다는 음악이 흐를 때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춤을 춥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흥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식당을 방문한 대극장 감독의 눈에 띄어, 마침내 꿈꾸던 무대를 밟게 됩니다. 벨린다는 타인의 기준을 내려놓는 순간, 자신의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소년 빌리도 같은 경험을 합니다. “남자가 무슨 발레냐” “돈도 안 되는 쓸데없는 짓을.” 사람들은 그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고, 심지어 가족마저 반대합니다.


하지만 빌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조롱과 비난 속에서도 무대를 향한 열망이 너무 커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오디션 무대에서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며, 자신의 길을 스스로 열어갑니다.


벨린다와 빌리 모두 세상의 기준을 거슬러 자기 안의 목소리를 선택합니다. 남의 말로 자신을 규정하는 순간 삶은 갇히고 메말라갑니다. 하지만 내 안의 열망을 존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선택하면 삶은 다시 주도성을 되찾습니다.


삶의 열쇠는 남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있습니다. 내가 감옥을 만들었다면, 그 문을 열 수 있는 이도 나입니다. 춤을 추고 싶다면, 누가 뭐라 하든 기꺼이 무대에 서 보세요. 세상은 결국, 당신이 내딛는 발걸음에 따라 열리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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