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에 상대가 들어 있는가

단 1분, 마음이 깨어나는 시간

by 심월


유유자적한 삶을 살던 하이쿠의 시인 마쓰오 바쇼. 그는 깊은 산속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달콤한 버찌를 따 먹으며 늦여름을 만끽하던 어느 날, 한 마리 여우가 나타나 버찌나무에 올라 마음껏 열매를 먹기 시작합니다. 물러나 달라는 바쇼의 말에 여우는 태연하게 말합니다.

“우리 여우들은 자네 인간들보다 훨씬 뛰어난 시인이야.”

여우는 바쇼에게 세 번의 기회를 줍니다. 멋진 시를 지어오면 버찌를 먹어도 좋다면서요. 하지만 바쇼가 애써 써간 시는 두 번이나 퇴자를 맞습니다. 이제 남은 마지막 기회, 바쇼는 시를 준비해 가지 못합니다. 대신, 여우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렇게 읊습니다.


여름 달 위로 / 여우 꼬리 끝처럼 / 흰 산봉우리


그 시를 듣자 여우가 벌떡 일어나 감탄합니다.

“완벽한 시예요!”

어리둥절한 바쇼가 묻습니다. “이 시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지?”

그러자 여우가 말합니다.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어요? 이 시에는 여우가 들어 있잖아요?”


그제야 바쇼는 깨닫습니다. 좋은 시란 기교의 완성도가 아니라, 삶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자리에 가 닿아야 비로소 살아 있는 말이 된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그림책 《시인과 여우》의 주요 내용입니다.


우리는 종종 말하면서도, 사실은 나 자신만을 말합니다. 설득하려 하고, 이기려 하고, 이해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 말속에 상대가 없으면, 아무리 옳은 말도 공기처럼 흩어지고 맙니다. 반대로, 단 한 문장이라도 상대를 품고 있다면 그 말은 조용히 가 닿습니다.


*이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요즘 내가 건네는 말속에는 ‘상대’가 들어 있나요. 내 생각대로 되기를 바라며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상대의 마음에 가 닿기를 바라며 말하는지, 조용히 돌아봅니다. 오늘 단 한 문장만이라도, 상대를 먼저 떠올리며 건네 봅니다.


[한 줄 명상]

“말속에 상대가 들어 있을 때, 그 말이 비로소 살아난다.”


#한줄번개명상#단1분마음이깨어나는순간#내말에상대가들어있는가#그림책-시인과여유#바쇼_하이쿠#커뮤니케이션본질#1분이야기숙고명상#명상인류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