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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Feb 15. 2017

안녕. 그리고 안녕.

기억을 위한 기록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Rollin this is your life you can be anything

you gotta learn to rock and roll it

you gotta put the pedal down

and drive it like you stole it
Sing Street OST - Drive it like you stole it 中



내가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몇 있다.

맛있는 음식 혹은 소주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안주, 그리고 유쾌한 사람들과의 술자리, 마지막으로 여행.

사실 여행이라기보단, 엄밀하게 해외여행이라고 해야겠다. 국내 여행은 잘 가지도 않고, 매우 귀찮아하니 말이다. 참 역설적이다. 돈도 배 이상 들고, 준비할 것도 많고, 의사소통에서부터 치안에 대한 걱정까지 온갖 불편함이 따르는 것이 해외여행인데. 대체 왜?


확실히 허세는 전혀 아니다. 역마살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이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일탈을 느낄 소재들은 주변에도 많다고. 물론 그렇다. 제대로 가보지도 않은 이태원도 있고, 중2 때 이후로 방문한 적 없는 제주도도 있다. 이런 나를 아는 사람들은 서울 근교 여행지 추천도 많이 한다. 그런데 그런 적 있지 않은가.


'그 노래 좋아. 들어봐.',  '거기 음식 맛있어. 먹어봐.' 하는데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 것.

주변에서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좋다고 해도 눈길조차 가지 않는 것.


그런 느낌이다.     

완벽하게 낯설어야 한다. 그 낯섦과 불편함이 좋다. 대화가 최대한 통하지 않는 것이 좋고, 간판의 색깔과 글자를 보고 어떤 가게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는 것이 좋다.

길거리의 건물들이, 사람들이 전혀 다르게 생겼으면 더 좋다. 이 순간 세상이, 일상이 신기해진다.     



Spain,  Madrid



삶이라는 게 본래 갈등과 긴장의 연속인 소설보다는, 평범하고 무난한 에세이를 더욱 닮은 것인데, 여행지에서의 나는 어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매 찰나가 사건과 단서가 되고, 지나가는 사람은 등장인물이 되고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은 감각적인 미장센이 된다. 그리고 내가 감독이자 연출자이자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가 된다.


시시하게 스마트폰 몇 번의 터치로 모든 궁금증과 불편함이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생생히 살아있는 체험을 통해 하나하나 사건을 풀어나간다.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말을 걸고, 표지판의 글자를 유심히 보고, 괜한 친절함이 생겨 오지랖을 부리기도 한다. 잘 보지 않았던 하늘도 느긋하게 바라보고, 지하철의 안내방송에 숨을 죽이기도 한다.          

여행의 끝을 기분 좋은 어떤 영화의 결말을 본 느낌과 같은 만족감이 채운다. 동시에 더 큰 세상에 대한 갈증에 목이 말라 온다. 그리고 그 갈증이 삶의 다음 목표를 만들어낸다. 이것들이 내가 떠나는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좋은 추억을 남기는 것에 대해 욕심이 많은 것이라 하고 싶다.

이 곳에 몇 개의 글자를 남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해를 지나가며 회상에 잠기다 보면 그토록 많았던 술자리와 즐거웠던 일들이 막상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즐거웠는데, 그 속의 나는 어느 때보다 행복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흐려질 기억이 0에 수렴하고 있는 풍요로웠던 삶의 기억과 좋지 않았던 기억의 균형을 마이너스로 뒤엎을까 우려된다.


기억을 위한 기록이 필요하다.     


여행만큼은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지에서 습관적으로, 병적으로 찍어대는 무수한 사진들과 몇 개의 영상은 그날의 아침부터 저녁까지를 생생하게 기억하게끔 한다. 그리고 그 해를 대표하는 좋은 기억이 된다.




이것은 그 이야기다.

기억을 위한 기록들.


무수히 떠나고,

매번 아쉬움에 사무쳐 돌아와 그 날을 회상하게끔 하는 몇 글자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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