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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Feb 15. 2017

죽음에 관하여

Day 1-1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무한궤도(신해철)-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中



여행의 시작. 비행기를 탄다. 스튜어디스의 미소에 화답하고, 기내 좁은 통로를 지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앞뒤 간격은 넓을지, 좁을지. 창가 쪽일지, 통로 쪽일지. 기내식은 맛이 있을지. 짧은 순간에 별의별 생각을 다할 때쯤, 드디어 내 자리가 보인다.

     

자리에 앉아 습관적으로 안전벨트를 맨다. 진짜 사고가 발생했을 시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가장 편하게 자리를 세팅한 다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분주해진 활주로가 잠잠해질 때쯤, 몇 번의 안내방송과 함께 드디어 이륙을 시작한다. 귀를 때리는 소음과 온몸이 흔들거리는 진동 속, 귀가 먹먹해지며 여정은 시작된다.



     


사람이 작아지고, 길이 작아진다. 도시가 작아지고, 어느새 푸른 바다만이 보인다. 망망대해 위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곳을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하여 날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을 타고.     

이쯤 되었을 때 항상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죽음’ 이 순간만큼은 죽음에 관하여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 생각보다 가깝지만 다들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단어.     

하긴, 때 이른 죽음은 정상적인 자연사는 아닐 터이니. 혹 평일에는 먹고 살아가기 바쁜 탓에, 주말에는 쉬기에도 아까운 시간 속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죽음이 드리워졌을 때, 그것을 인지할 시간이 주어질까. 나에게도 주마등이라 표현하는, 인생의 하이라이트와 같은 장면들이 스칠까. 그 장면을 과연 어떤 것들이 채우고 있을까. 누가 있고, 어디에 있을까. 그 시기는 언제일까.    


이 와중에 제일 걱정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였다.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아, 삶 전체의 가치가 폄하되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에 휩싸인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인데. 그러다 조용히 잊힐 텐데. 그걸 알면서도 왜 놓아주지 못할까.     


그런 심리가 있다.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괜히 남의 카톡을 뒤적거려보고 싶기도 하고 투명인간이 되어 나 없는 곳에서 내 이야기를 엿듣고 싶었던 적이 있다. 궁금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타인에게도 그렇게 비칠까 하는.      

                  

얼마 전 보게 된 영화가 있다. '나의 첫 번째 장례식'이라는 영화. 주인공은 우연한 사건으로 죽은 사람이 되어버린 한 남자이다. 그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고 공개하는 대신 자기 장례식에 가보는 길을 선택한다. 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아끼는 그 몇몇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누가 가장 슬퍼할까’ 

     

그렇게 신경 쓰고 목매달던, 그리고 끊임없이 구속하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죽어서도 놓지 못하는 것이다. 덧없고 부질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보통 영화가 그러하듯, 그리고 보통 이런 장르의 영화 감상평이 그러하듯 영화의 주인공처럼 내 생각의 마지막도 반성으로 끝난다. 매 순간 상처 주지 않을 것. 그리고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아갈 것.    


내가 남길 것은 별로 없다. 통장의 잔고 얼마와, 컴퓨터 안의 잡다한 자료들. 옷가지 몇 개와 그리고 블로그에 끄적인 몇 개의 글들.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업적도 없고, 위대한 성과도 없다.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죽음이라면, 어차피 놓아주지 못할 생각들이라면, 이왕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생의 마지막 순간은 그랬으면 한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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