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
#Hello Stranger,
You look so dark & tired
신치림 - 출발 中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영화 한 편을 보다가 또 잠이 들고.
책 한 권을 폈다가 이내 다시 잠이 들고.
때가 되면 식사가 나오고.
직장인들의 시선에는 어쩌면 천국과도 같아 보이는 곳.
이곳은 바로 기내이다.
하나, 마냥 좋을 것만 같은 휴식의 반복은 역설적이게도 더 큰 피로로 돌아온다. 개인에게 허용된 그만큼의 협소한 공간은 어떤 자유로운 상황에서도 구속하고 옥죄는 그것이 있다. 특히나 좌식, 버스의 그 좁은 좌석을 유독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는 15시간의 비행은 상상 이상으로 고된 일이었다.
다리 한번 시원하게 펼 수 없는 그 고통.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하면 개운함이 아닌 찌뿌둥함의 시작이었다.
더구나 항공사는 중국 동방항공. 이 곳의 원칙은 이착륙뿐 아니라 목적지까지의 비행 내내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책을 읽거나, 몇 글자를 끄적이거나,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러다 식사가 나오면 먹고, 이내 잠이 들고. 그렇게 마치 사육을 당하듯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던 그 카피가 이 날 이후로 싫어졌던 것 같다.
마드리드와의 시차는 8시간.
나는 그렇게 시간을 거스르고 있었다.
현지시간 23:00 즈음, 드디어 스페인 마드리드 솔 광장에 도착했다.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올랐을 때의 그 쾌감.
마치 연극의 시작을 알리는 막이 걷히듯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
밤이 위험하다는 유럽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광장을 가득히 메운 사람들.
잠시 한 바퀴를 돌아본다.
'도착했구나'
약간의 경계감과,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유럽의 첫 느낌과 함께
인천공항에 있던 나는 불과 몇 시간만에 낯선 이방인이 되어 이곳에 서있다.
캐리어를 끌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주변 이목을 집중시키는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투박한 돌길.
유럽 가로등 특유의 노란 조명과 다양한 길거리 공연 속 유쾌한 웃음소리와 환호.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짜릿했던 그 강렬한 첫인상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