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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24. 2017

샹젤리제 거리의 여유

Day 6-6, Paris, France



#Aux Champs Elysees

  aux champs elysees



개선문을 내려와 투박한 외관을 바라본다. 까만 하늘과 겹쳐진 그것의 회색빛 조명은, 어두운 방안에 피워둔 하얀 촛불의 불꽃처럼 은은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다. 그 분위기에 취해 한참 동안이나 쉽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제는 작별의 시간. 마지막으로 바리케이드가 쳐진 개선문 정중앙 아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프랑스 무명용사가 잠들어 있어 아무것도 지나갈 수 없다는 이곳. 먹먹하게 넘실대는 불꽃과 곳곳에 놓인 조화에 살짝 목례를 건네고 샹젤리제 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샹젤리제 거리 초입. 방금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곳이다.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쭉 뻗친 산책길. 안쪽에는 낮보다 빛나는 상점가의 네온사인들이, 가장자리에는 건물 높이만큼 올곧게 자라난 가로수가 정확한 간격을 두고 서있다. 개선문 전망대에서 방금 바라보았던 길. 전 세계에 가장 아름답다는 그 2km 남짓한 길을 이제 걷기 시작한다.





Aux Champs-Elysees, aux Champs-Elysees.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이 노래만큼 지금의 배경과 잘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또 있을까.


쥼 발라데 / 쉬 라브뉘 / 르 꽤 후베 / 아 렝꼬뉘, 대충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청초한 여성의 목소리에 딱딱 맞춰 자동적으로 경쾌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내 멋대로 늘려버린 박자에 따라 네 음절에 한 걸음씩, 그리고 후렴 부분은 길게 걸으며.


샹젤리제 거리의 장점은 일자의 단순한 길이라는 것이다. 개선문 반대편의 대관람차 방향으로 쭉 걷기만 하면 된다. 이미 개선문 덕에 파리 시내 지도는 거의 외우다시피 했으니,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다.


한결 가벼워진 손. 덩달아 마음까지 가볍다. 손에서 핸드폰을 놓고, 지도를 놓자 비로소 그 긴 거리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사람들과 상점들에 시선이 쏠린다. 한껏 분위기에 취한다.



늦춰진 걸음걸이 사이로 알아듣지 못할 연인들의 이야기 소리는 로맨틱 영화의 명대사가 된다. 온갖 감미로운 대화만이 오갈 것 같은 착각. 이렇듯 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샹젤리제 거리만의 특별한 정서는 여행자와 파리지앵을 한데 어우르는 구심점이 된다. 그 보이지 않는 인력 때문인지 구성원들은 좀 더 긴밀해지고, 친밀해진다.

그리고 그 소산물은 여유로움이라는 양질의 감정으로 도출된다.





이 추상적이고 섣부른 명제에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 이를테면 적어도 이 거리에는 조급함이란 없다. 차도 천천히, 사람도 천천히. 왕복 10차선인 도로의 속도 제한이 50km인 것과 더불어 누구 하나 기어코 앞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시선은 땅이 아닌 하늘과 주변. 사람들의 걸음 속도는 ‘터벅터벅’과 비슷하지만, 그 발걸음의 무게는 가볍다.


부족함이 없음을 인정하는 이 여유로운 마음은 궁극적으로 배려와 존중을 낳는다. 이 정도는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는 공간. 각자 저마다의 크기를 가진 그 틈바구니는 상대방을 정성스레 품는다. 언젠가 본인도 누군가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하나 그곳에서 계산적인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길거리 곳곳에서 펼쳐진다. 온갖 호객 행위에도 미소와 함께 대꾸하는 호의와, 가던 길을 멈추고 휠체어를 같이 끌어주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샹젤리제 거리의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




샹젤리제 거리가 명품 거리라 불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유명 브랜드처럼 보이는 상점가를 지나지만 관심이 없다. 이런 것에 대한 무지쯤이야 아직은 괜찮다. 그것들이 있기에 이 거리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니까. 이 거리가 아름답기에 그런 상점들이 구석구석 비집고 들어온 것이니까. 알고 있는 명품 중 하나인 루이비통의 본점을 본 것. 그 하나로 충분히 족하다


길에 서린 마음 씀씀이에다가 한 발씩 꼬박꼬박 도장을 찍으며 걸었다.


콩코드 광장까지 차곡차곡 천천히.

그렇게 파리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LV 본점




Place de la Concorde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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