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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승 Mar 14. 2021

교회, 그리고 서운했던 나날들

서운함에 대하여

그는 진실로 직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싶었고,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적어도 자신과 가장 가깝게 일하고 있는 동료들과 바로 위의 상사에게 만큼은 “고생했다”, “잘해냈다”, “고마웠다”는 그 짧은 인정의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밤을 지새웠다.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그저 자신이 일하는 팀에 무엇인가를 기여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외면이었다. 특별한 보상은 아니더라도, 회사와 팀에 기여하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과 노력을 이해해주는 ‘짧은 말 한 마디’면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끝끝내 그 말 한마디를 듣지 못했고 회사와 동료들에게 서운했다.


그녀는 누구에게든지 먼저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람이었다. 작은 선물을 줄 때 상대의 미소를 보면서 행복감을 느꼈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교회에서 10년째 식당봉사를 하고 있고, 그녀가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은 손에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 그녀는 최근에 교통사고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을 지나치게 걱정시킬까 싶어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묘한 감정들이 올라왔다. 그 감정은 다름 아닌 서운함이었다. ‘왜 아무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찾는 사람이 없지?’ ‘나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잘했는데, 하나도 소용없이 없네’



 아마도 당신도 살면서 한번쯤은 위와 비슷한 혹은 다른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낀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가깝게는 부모나 자녀 그리고 형제자매로부터, 그리고 함께 일하는 회사의 동료로부터, 친한 친구로부터, 그리고 우리가 함께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교회 공동체의 일원들로부터 우리는 ‘서운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의 어떤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에게도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서운함’, 적어도 내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했을 때, 서운함이란 공동체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함께 존재하는 감정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나에게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배우자에게, 나의 형제나 자매를 더 아끼는 것 같은 부모에게 그리고 반대로는 부모의 사랑을 도저히 이해못하고 제 갈 길만 가는 자녀에게 서운함을 느끼곤 한다. 우리의 일터 공동체에서도 우리는 서운함을 느낀다. 하는 일 만큼 인정을 해주지 않는 직장 상사에게, 함께 하는 일에 있어서 자기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외면하는 내 동료에게, 내가 상사인지 부하인지 도무지 모를 만큼 나를 막 대하는 부하직원에게 우리는 서운함을 느낀다.


 공동체의 문화 안에서 오랜 시간 동안 ’헌신’이나 ‘인간의 도리’와 같은 태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익혀온 개인은 공동체 안에서 ‘서운함’의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더욱 크다. 헌신이 공동체가 개인에게 기대하는 태도라면, 인간의 도리는 집단의 문화 안에서 개인이 공동체와 다른 타인이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기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타인을 위해서 재능, 물질, 시간과 같은 자신의 자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한 개인은 공동체와 사람들이 자신의 수고를 알아차려주고 나의 기대에 그들이 부응해 줄 것을 바라게 되는데, 그들이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에 우리는 서운함을 느끼곤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상호작용하는 집단과 공동체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모든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서운함은 동일한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마음속에 차오르곤 한다.


그렇기에 서운함은 둘 이상의 관계 안에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으로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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