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승 Mar 14. 2021

기대와 애정이 넘치면 서운함도 넘치는 법

서운함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느끼는 우울이나 불안 그리고 분노와 같은 감정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울과 달리 서운함이라는 감정은 명확한 대상이 있는 상태에서 나타난다. 우울함이 스스로를 향하는 감정이라고 한다면 서운함의 감정은 상대를 향한다. 불안이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이 나를 집어삼킬 듯한 느낌에서 발생한다면, 서운함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과 나와의 줄다리기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분노가 충족되어야 할 나의 욕구를 누군가 침해하고 방해하였을 때에 생겨나는 감정이라면 서운함은 내가 상대의 욕구를 만족시켜준 것 만큼 상대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들이 채워지지 않을 때 느껴진다.




 서운함이라는 감정은 명확한 대상이 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향해 서서히 드러난다.
그리고 서운함은 상대에 대한 애정과 기대로부터 출발한다. 


‘화’와 ‘분노’ 그리고 ‘서운함’은 상대를 향한 감정이란 측면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두 감정은 발생의 과정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화’나 ‘분노’는 상대에 대한 어떠한 애정과 기대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서운함은 절대적으로 상대에 대한 기대나 애정의 존재 없이 발생할 수 없다.


출근으로 바쁜 아침시간에 신호를 무시하며 갑작스럽게 불쑥 끼어 들어오는 차량을 상상해보자. 우리는 그 차량 운전자에게 어떠한 기대나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분노를 느낀다. 공동체 안에서 나를 이간질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기대나 애정이 존재하지 않아도 우리는 화가 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상대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를 침해하거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욕구를 방해했을 때 우리는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다. 빠르고 안전하게 출근하기를 원하는 나의 욕구를 상대가 침해하였기 때문에, 공동체의 사람들과 진솔하고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상대가 방해하였기 때문에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서운함은 상대에 대한 기대 혹은 애정에 기반한다. 앞의 예에서, 나를 이간질하던 상대와 이전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상대가 나를 어떠한 태도나 방식으로 대해 주기를 기대하였거나, 상대에 대한 충분한 애정이 존재하였다면 우리에게 먼저 올라오는 감정은 서운함이다. 


기대나 애정이 없다면 서운함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서운함’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주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내가 투자한 나의 노력과 내가 쏟아 낸 나의 마음만큼 상대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계산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람에 대해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느끼는 서운함은 자신이 가졌던 애정과 관심의 크기에 비례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이 가지는 그 애정과 관심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이 부서졌던 그 과정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회, 그리고 서운했던 나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