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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Sep 25. 2022

내가 작은 아씨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보통 인간미가 느껴지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다. '눈이 부시게', '동백꽃 필 무렵', '괜찮아 사랑이야', '갯마을 차차차', '우리들의 블루스'..... 등. 한 사람 인생의 애환과 상처가 서려있고 그 안에 치유가 일어나는 따뜻한 드라마. 이런 장르가 나랑 잘 맞았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지만 드라마처럼 따뜻하길, 기적이 필요한 곳에 적절한 기적들이 일어나길,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따뜻하길.. 바라고 또 바랐다.




'작은 아씨들'은 분명 내 취향의 드라마는 아니다. 추천에 의해 시작했지만 사람이 죽고 또 죽고,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마음이 꽤나 괴로웠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누군가를 신뢰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속마음. 그 속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으니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세상이라면.... 사는게 끔직할 터인데 드라마는 내내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게 만든다.



가령, 나는 선하고 착한데 내 옆집에 살인자가 살고, 내 윗집에 강도가 살고, 내 아랫집에 폭력자가 산다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멜라인 클라인이 말하던 박해공포, 나쁜 세상이 나를 온통 집어삼켜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작은 아씨들'의 인주는 어느날 거저 갖게 될 700억이란 돈을 위해 재벌가에 들어선다. 도무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내 마음에 의심이 가득하니, 다른 사람도 의심하게 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내 안의 탐욕이 득실거리는 무서운 장면을 목격한다. 과연 나는 700억이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 700억이란 돈 자체가 내 삶에 실제 있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내가 살아가는 보통의 삶을 빗대어 생각해보았다.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것, 중요한 대상에게 인정받는 것..


명예, 권력, 돈을 얻기 위해 얄량한 자존심따윈 내려놓을 수 있을까? 명예, 권력, 돈을 얻기 위해 누군가를 착취하고, 누군가를 이용할 수 있을까? 가까운 사람을 상처줄 수 있을까?



의외로 박재상 같은 인물이 실제로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슴지 않고 누군가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자신이 드러나기 위해 내 옆에 있는 누군가를 적당히 깔아 뭉개는 사람 또한 많이 만난다. 소소하고 자잘한 일은 누군가에게 다 떠맡기고 요령껏 자신이 드러나는 일들만 취하는 사람도 여럿 만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오른다. 유명해진다(다 그런건 분명 아니다. 성실하고 열심히 해서 오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삶을 살다보니, 묵묵히 쓸고 닦는 성실한 삶보다 요령껏 드러나고 요령껏 누군가를 착취하는 삶이 많다는 데 놀랄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살아가는지 전혀 모른다. '구획화'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적절히 분리 시킨다. 서로 소통이 안되는 여러개의 방을 가진 내면에서 스스로 분리 시켜 정당화하며 살아간다. '함께'의 가치를 외치지만 정작 자신은 누군가를 이용하고 착취하는 삶을 살아간다. 내가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고, 남이 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 생각하면서...



.... 인주도 '언니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 라는 인경이의 말처럼 첫시작인 20억이 내것이 아니기에 돌려줄 수 있었다. 남에게는 그런 삶을 살라고 종용했을 것이다. 스스로 정직하고 돈욕심 없는 사람이라고 자부했지만, 자신의 가치관 따윈 버려두고 돈을 좇게 된다. '구획화'는 이처럼 자신의 행동이 자신이 그토록 이야기하는 가치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한다.



하긴, 그의 선택에 우린 어떤 말도 할 수 없을테다. 나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탐욕이 있기에... 그렇다고 단순히 재벌가를 무너뜨리고 700억을 갖게 되고, 꿈에 그리던 저택에서 평생 살아가는 결말로 마무리된다면 꽤나 허무할 것 같다.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는 이 여정에서.

작은 아씨들이 돈보다 자신들의 가치관을 좇는 삶을 선택하면 좋겠다.

단순한 탐욕에 눈이 멀기보다, 복수라는 관점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으로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

... 그렇게 작은 아씨들을 응원한다.


나또한 내가 얻고자하는 것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이용하고, 상처주는 삶은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얻고자하는 것에 눈이 멀어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가치를 손에서 놓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p.s 드라마에서 단순히 이야기하는 돈과 명예가 아닌 우리네 삶에 빗대어 볼 수 있는 구석이 많아 생각이 흘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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