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호소하는 내담자, 어떻게 상담해야할까
최근 학교나 상담현장에서 안타깝게도 종종 자살사건이 일어납니다.
자살사건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더라도 내담자가 자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상담자는 어떻게 개입해야할 지 난감해지죠. 그리고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과 염려에 휩싸입니다.
'행여나 사고가 일어나진 않을까?'
'나의 말 한마디에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어떻게 하지?' .....
이런 마음이 들수록, 내담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나 상담현장에서는 종종 자살위기를 호소하는 내담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전문상담교사)는 위기상담을 잘 준비해야합니다.
자살이란?
몇년 전부터 학교현장에는 청소년 자해 문제로 들썩이고 있는데요. 오늘 공부하고자 하는 자살은 비자살적 자해와 다릅니다. 비자살적 자해는 '자살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자해'로 볼 수 있다면, 자살은 '고의적 자해'라고 볼 수 있어요. 즉, 자살은 죽고자하는 의도가 다분한,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려는 행동입니다. 한 번에 치명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상담자가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자살이 완료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하지만 비자살적 자해라 하더라도 자해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고통과 두려움에 익숙해져서 자살을 위한 유능성을 획득할 수 있게 돼요(Acquired capability). 따라서 처음 시작은 죽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비자살적 자해라 할지라도 '자해행동'이 반복된다면 자살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는 이를 유의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자살에는 자살 사고, 자살 계획, 자살 준비, 자살 시도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자살 위기상담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잘 숙지하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어떻게 하면, 자살을 호소하는 내담자를 잘 도와줄 수 있을까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자살위기 내담자 상담 방법
1. 직접적으로 묻기
자살위험징후를 알아차렸을 때는 직접적으로 ‘자살’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초심상담자의 경우, 내담자가 "살고 싶지 않아요."라는 이야기만 꺼내도 놀라고 당황스러워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난감해합니다. 또한 이때, 전문가들은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요.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자살이 발생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암묵적 역설로,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자살을 포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한 내담자가 "선생님! 전 요즘 살고 싶지 않아요." 라고 이야기한다면
"죽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건가요?" 또는 "죽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가요?"라고 되물어야 해요.
직접적으로 물어야 할 영역은 <자살생각, 자살동기, 자살계획, 자살시도> 등입니다.
자살생각
“죽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죽고 싶다거나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그 마음에 점수를 준 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자살동기
“어떤 이유 때문에 죽고 싶을까요?”,
“어떤 점이 죽고 싶을만큼 고통스러울까요?”
자살계획
"자살을 할까 계획하고 한적이 있나요?"
“죽는데 구체적인 계획(시기, 장소, 방법 등)이 있나요?”
“막연히 죽고 싶은 생각만 하시나요?”
자살시도
“이전에 죽으려고 시도를 한 적이 있나요?”
(만약 있었다고 한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했었나요?”
“시도한 후, 마음이 어땠나요?”
자해
“자해를 하고 있지는 않나요?”
“자해를 하고 나면 마음이 어떤가요?”
2. 자살 위기 평가하기
자살에 대해 직접 묻는 것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자살 위기를 평가할 수 있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죽고싶다 생각을 한 적이 있다.'라고 대답하는 내담자를 쉽지 않게 만날 수 있어요.
생각해보면 저또한 사춘기 갬성이 흘러넘치던 시기, 개인적으로 삶이 어려웠던 순간에 '아~ 차라리 살고 싶지않다. 왜 살아야할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답니다. 괜히 쓸쓸하고, 힘들고, 외로웠던 그런 순간이요.
Holmes(2011)라는 학자도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삶이 어려운 순간에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실존적으로 정상이며 때로는 도움이 된다. 한번도 자살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자기애의 표시이다....."라는 언급을 하면서요. (한번 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인구의 20퍼센트 정도된다)
만약, 스쳐지나가는 자살생각만 있었던 터라면 위험성이 없거나 낮은 위험성으로 체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자살 계획, 이전의 자살시도 경험 등이 명백히 드러난다면 이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즉각적인 위기 개입이 필요합니다.
자살위기 평가와 더불어, 자살에 있어 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요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위험요인으로는 우울증 등의 정신병리, 성격장애, 소속감, 무망감 등이 있는데 그중 약물남용(알코올, 약물 등), 우울증, 조울증은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알코올(음주) 상태라면 흔히 충동성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그렇기에, 알코올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죽고싶다는 생각을 절제하거나 통제하는데 어렵게 만들어 실제 자살을 시도하도록 부추길 수 있답니다.
정서행동특성검사 수록 <자살면담기록지>3. 공감하기
자살은 소속감의 부족, 누군가의 짐이 된다는 느낌에서 발생합니다. 때문에 상담자와 적절한 라포를 형성하고, 상담자가 적절한 공감을 한다면 내담자는 고통스러운 정서 속에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죽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힘들다는 이야기군요.'
"자살 소망을 공감한다는 것은 자살하려는 사람의 자살 소망을 방해하고 정지시키고 교정하려는 시도들을 하지 않고 그 사람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죽음이라는 목적에 도달하려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상담효과의 비밀" 애착정신화하기 인간중심의 상담 중에서, Allen>"
자살 내담자를 만나면 섣불리 그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자살서약서'를 내밈으로 일단락 시키고 싶은 욕구가 불쑥 일어납니다. 상담자도 불안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여전히 치료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공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가 얼마나 죽고싶을만큼 힘든지 구구절절 함께 알아주는 것이죠.
4. 삶의 희망찾기
내담자의 마음을 공감함에 동시에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것은 " 내담자의 자살 상태에 공감하더라도 그의 절망에 동참하면 안 된다(Allen, 2019)"는 사실입니다.
자살을 호소하는 내담자는 "나는 더이상 이 상태를 견딜 수 없어. 이것은 더이상 나아지지 않을꺼야."라는 생각과 말을 주로 해요.
예전에 죽고 싶다는 마음을 호소하던 내담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충분히 그 마음에 대해 듣고 공감하고 나누다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00를 살고 싶게 하는 건 어떤 걸까요?"
이 질문 하나로 수퍼바이저 교수님께 엄청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내담자는 자살사고에 고착된 채로(attentional fixation) 다른 생각을 할수없지만 상담자는 자살 이면에 담긴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살고자 하는 소망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해요.
"자살하고 싶다는 느낌을 더 이상 갖지 않은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같은 질문도 좋구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희망이 없다고 느끼면(feeling) 실제로 희망이 없다(being) 라고 느끼기에 상담자는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간의 차이를 구분하는 작업도 같이 해야 합니다.
5. 연계하기
자살생각이 심하거나 우울증 등으로 자살사고에 사로잡혀있는 경우, 상담만으로 치료가 어렵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지역 내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으로 연계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야해요.
만약 학교에서 청소년 내담자를 상담할 경우에는 인지 즉시, 학교에 알려야해요. 교장, 교감에게 보고하고, 위기관리위원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자살의 경우, 상담동의서에도 비밀보장 예외사항이라고 상담구조화 때 안내하기 때문에 보고해야합니다. 또한 당연히 부모님에게 알려야겠죠? 이때, 부모님이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자극하지 않도록, 혼자 두지 않도록 안내를 해야 해요.
.......
마지막으로 <자살위험 자가진단 플로차트> 를 첨부하오니, 나의 마음 상태는 어떤지 확인해보세요.
<나도 자살할 위험이 있을까?>
[심리부검 중에서, 서종한]<나는 어떤 상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