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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Jul 21. 2023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를 보고 지인들이 하나 둘 묻는다.

급기야 딸들까지... 도대체 2023년 7월 18일,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물었다.

나지막하게 설명을 해주니, 안그래도 학교 선생님께 들었단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도 직접적으로 아는 선생님은 아니지만 참 슬프고 안타깝노라 ... 말씀하셨단다.

모든 교사가 슬프다. 우린 지금 ... 너무나 참담하다.



꽃다운 나이의 젊은 후배 교사가 학교현장에서 ..... 삶을 마감했다.

설마설마했던 사고소식을 공식적으로 알게 된 19일 밤, 그날부터 밤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인스타에 무겁게 꾹국 눌러 마음을 담아 글을 올리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근조화환을 보내고...

그러고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 교사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안그래도 며칠 전 붕대, 상처투성이인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더랬다...

6학년 초등학생에게 바닥에 내던져진채, 아무런 대꾸도, 방어도 하지 못한채, 눈을 꼭 감고 웅크린 채로 욕설과 폭력을 감당해야했던 선생님.

일단 몸이 너무 아프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퍼런 멍자국보다 오래도록 떠나지 않을 마음의 상처는 어찌하면 좋을까?



그리고 꽃다운 나이의 신규 선생님.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푼 꿈으로 교정에 섰을 선생님.

무엇이!! 꽃다운 나이의 젊은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넘치도록 사랑하고도 모자랐을 그 곳에서.

선생님은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


힘들었을테다. 많이 지쳤을테다. 무너졌을테다.

학생에게 폭력을 당해도 방어조차 못했던 양천구 선생님처럼,

날아오는 화살과 비난에 한마디 대꾸 하지 못한채, 그저 꼬꾸라졌을 것이다.


무엇이!! 학교현장을, 교사의 마음을 이토록 처참하게 내몰고 있을까?

주변 선생님들의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하나둘 같은 마음으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고, 뒤로 물러나지 않겠다 결연을 다진다.

어느 한 두명의 교사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현장에 있는 교사라면 악성 민원, 교권침해에 시달린다는게... 어떤 건지 너무나도 잘 아니까. 이번만큼은 손놓고 있을수만은 없을테다.



오래 참았다. 참 오래도록 숨죽여 울어왔다.

공무원이란 이유로 시위도, 파업도 하지 못한다.

그저 교사니까, 다 이해해야하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들을 꿀꺽 삼켜야할 때가 참 많다.











물론, 좋은 학부모님, 예쁜 학생들이 더 많다. 대부분이다.

많이 도와드리지 못한 것 같은데도 감사하다 눈시울 적시며 인사하셨던 어머님도,

졸업식 날 아이와 같이 인사하러 오셔서는... 같이 짜장면 먹자고 하셨던 어머님 등등


그런데 때때론 과연 교사로서 어디까지 해야하나 고민스러울 때도 참 많다.

급식 메뉴에 ** 반찬이 왜 없냐고 민원 넣으시는 분도, 아직 퇴근시간이 아닌데 선생님 차가 왜 교문 밖을 나가느냐 민원 넣는 분도, 나는 아이 병원에 데려갈 생각도, 문제도 없으니 ... 당신들이 다 알아서 하라고 하시는 분들도 간혹 계신다. 이미 학교는 분노조절의 어려움, 공격성, 비행 등 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부모가 손놓지만, 교사들이 끝까지 아이들을 감당하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든 교실에 앉히고, 실랑이하고, 돌보고.... 그러함에도 ... 우리는.....



교권침해, 아동학대에 시달린다.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교권은 이미 하락한지 오래다.

허나, 교권침해라 이의를 제기해도 학생과 바로 분리조치되기도 어렵고 만약 아이가 선생님한테 그런게 아닌데...라고 한다면..... 어찌할 바가 없단다.


수업 중 도망가는 아이 팔을 살짝 잡아도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바로 분리조치, 접근금지로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데.... 교사는 교권침해라 이야기해도 아이와 바로 분리되진 않는다.

만약 역으로 고소당하면 고스란히 자비로 소송비도 감당해야한다.

하아. 교사의 보호가 너무 없다. 

(최근, 생겨난 게 교권침해 등이 있을 때 개인 상담을 신청할 순 있지만 이또한 어떤 곳은 공문으로 신청해야한다. 그렇다면 누가 하고 싶겠나? 관리자들에게 다 일일이 말하기도 그렇고...참!

아동학대, 사안처리 절차 교육을 할때, 교사의 보호에 대한 내용도 꼭 강조해서 알려드린다. )


교사들의 소진 예방, 감정노동, 공감 피로 예방을 위한 제도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 서이초 선생님들은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허망하고 힘드실까?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수업하고, 여전히 일처리를 해야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다 힘드시겠지만 만약 상담쌤이 계시다면.. 참 걱정된다.

자살 사안 담당자라면 보고, 추후 상담(애도상담) 등 해야할 일이 많을텐데....)

교사의 몫이 너무 크다.

본연의 업무 외에 예산으로 사업도 해야하고, 학생 생활지도, 상담, 수업, 민원처리까지...


일본도 교사들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며 기피 직업이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곧 그리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교사가 되겠다는 이들도 점점 사라지고, 의원면직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앞으로 교육이 참 염려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06259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학부모, 학생만 위하는 학교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서로 존중하는 학교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핀란드나 미국, 캐나다 등의 선진국처럼 법령이 정비되야하지 않을까?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 한 명, 도망가는 한 아이를 잡기위해 담임교사가 수업도 못한채 뛰어다니는 일이 없어지면 좋겠다. 학교의 책임만 무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를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선생님들이 행복하고, 선생님들이 편해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이니까..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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