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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Dec 10. 2023

무명이면 어때요.


 작년에 책을 출간한 후에 자연스럽게 내 이름이, 내 책이 세상에 알려질 거라 생각했다. 파랑새가 우리 책의 신간 소식을 온 세상에 흩뿌리고 다니고, 그 소식을 들은 많은 독자가 박수갈채를 보낼 것만 같았다. 편집자가 예쁘게 만들어준 교정본을 보면서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우리 추천사만 봐도 엄청 대단한 책 같아요."라고 애교 있는 "ㅋㅋㅋㅋㅋ"를 남발하며 함께 책을 쓴 선생님에게 카톡을 보낸다는 게 편집자에게 보내는 민망스러운 일이 연출되기도 했다.


편집자님은 주책없는 나의 실수를 귀엽게 봐주면서도 허황된 꿈을 단칼에 베었다.

"책은 좋아요. 내용도 좋고요. 저희 편집자들의 세계에 무서운 말이 하나 있는데요. 좋은 책은 누구든 만들 수 있다. 다만 팔리는 책은 아무나 만들 수 없다.라는 저주의 말이 있답니다."

"선생님들이 겨루어야 할 대상은 오은영이에요."

이런 냉혹한 말에도 파랑새가 행복을 찾아다니는 듯, 부푼 꿈을 꿨더랬다. 물론, 부족함을 알기에 대부분의 날들은 두려움과 부끄러움도 가득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책이 세상에 나온 후로는 유명인사까지는 아니지만 SNS 팔로워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모든 건 더디게 흘러갔다. 책의 인기와는 다르게 SNS는 여전했고, 지난했다. 허황된 꿈이 조금씩 사그라들면서 애써 나를 달래며, 책만 잘된다면 그걸로 족하다 하였다.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아 위로가 된다면, 작은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거면 됐다 하였다.


하지만 사실, 다 구라였다. 솔직한 내 심정은 인기가 있었으면, 팔로워가 늘었으면, 하는 마음이 요동쳤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다.'는 속담처럼 마흔의 나는 내 이름을 세상에 남기고 싶은 욕심이 들끓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쯤엔 꽤나 괴로웠다. 늘지 않는 팔로워 수, 적은 하트 수에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요즘처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퍼스널 브랜딩이 필수적인 시대에는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인지도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외국 드라마만 봐도 작가를 직업으로 삼는 주인공이 나오면 마케팅을 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인스타그램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러니 여전히 팔로워 수가 늘지 않는 내가, 다른 작가들보다 팔로워가 없는 내가 과연 책을 낸다면 누가 사 보기나 할까? 싶었다. 마음이 달그락거렸다.


때론 흔들리고 때론 출렁였던 일 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나는 내게 주어진 것들을 보듬기 시작했다. 삶의 모든 영역에는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다. SNS 또한 책의 출간과는 다른 영역이고,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한 수고와 애씀은 반드시 다른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 가면서 내 삶에 더해야 할 것과 빼야 할 것을 정리하였다.


현대사회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성취하는 이들에게 찬사가 쏟아진다. 잘해야만 하는 풍토가 만연하고 자신의 삶이 진짜 괜찮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sns 상에는 화려함이 가득하다. 너도 나도 애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끝없는 욕심을 붙들다 보면 그 길은 왕관일까? 벼랑일까? 절벽일까?


구태여 인기가 많은 작가라면 너는 무얼 더 하고 싶으냐 누군가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일 또한 즐겁고 사랑하니까. 그러니, 나는 무명이여도 괜찮다.


여전히 나는 인기 있는 작가도, 팔로워 수가 많은 유명인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삶들을 사랑하는 한 소시민이다. 그래서 좋다. 무명이여도 내가 나를 알아주고 도닥여줄 수 있으니.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으니...

다만 바란다면 오늘보다 더 나은 한문장을 쓰는 사람이면 좋겠고, 그저 끝까지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





무명이면 어때요?

우리 삶을 소박하게 꾸려나가는 것,

그것만으로 이미

당신은 당신 삶의 유명인인 걸요.

화려함을 좇기보다 은은한 삶을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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