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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Nov 13. 2021

"엄마"인 나의 꿈을 지켜준 분


“엄마, 선생님이랑 자전거 탔어. "

"엄마, 선생님이 책도 많이 읽어주셨어."

 퇴근 후 집에 가면 아이들은 재잘재잘 아이돌보미 선생님과 함께 한 것이야기해준다.  돌보미 선생님과 놀이터에 가서 놀고 있거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신나게 때면 퇴근한 엄마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모습이 서운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이들은 선생님과 좋은 인연을 맺어 가고 있다.    

 

 처음 아이 돌보미 선생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4년여 전쯤. 결혼 후 3년 만에 만난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안겨 주었지만 아이를 혼자 돌봐야 했기 때문에 대학원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아이를 키우며 이 정도 희생은 감내할 수 있지 싶다가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학업의 열망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가 잠이 들면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나도 꿈 많은 사람이었는데 언제쯤 하던 공부를 마칠 수 있을까?’ 수도 없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1년 정도는 참을 수 있었지만 대학원 동기들이 졸업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도 삼키고 좌절감도 많이 들었다. 엄마로서 뿐만이 아닌 내 일을 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던 중 아이돌보미라는 정부 지원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아직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너무 어리다는 생각에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었다. 돌이 갓 지난 아이는 낯선 사람을 보자마자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고 독한 맘을 먹으며 문 밖을 나왔다. 할 수만 있다면 뱃속에 다시 담고 어디서든 떼놓지 않고 함께 하고 싶다 생각했다.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3시간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내내 가시지 않았다.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니 아이는 선생님 등에 안겨 엄마를 기다린다며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니 이제는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지 않고 집에서 책을 보며 놀기도 하고 아장아장 걸으며 선생님과 산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아이는 자라 갔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차츰 풀어 갔던 것 같다. 심지어 계속 오시던 선생님이 아닌 처음 오시는 분도 잘 따르는 걸  보니 아이돌보미 선생님이란 존재가 아이도 싫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이돌보미 선생님 덕분에 나는 육아를 병행하며 대학원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때 아이돌보미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있었을까?


 남편은 늘 내가 하는 일들에 적극 지지를 해주던 사람이었지만 육아에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만약 아이에게 해가 되는 상황이 조금이나마 있다면 대학원 공부도 못하게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위기를 아이돌보미 선생님으로 잘 해결할 수 있었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어려움과 위기를 잘 넘기고 난 어느새 워킹맘이 되었다. 둘째를 낳고 복직 후, 근처에 사시는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한창 자유를 누리시며 하고 싶은 게 많으실 어머니를 붙잡고 있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직장이 멀어서 끝나고 오면 6시 반. 병설유치원을 다니는 첫째는 4시 반에 하원하고 둘째 어린이집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4시쯤 가기 때문에 혼자 남아 외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때 당연히 생각난 것은 아이돌보미 선생님!! 이전의 아이돌보미 서비스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에 서슴지 않고 신청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이제 어느 정도 커서일까? 두 아이는 첫날부터 빠르게 선생님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첫째는 특히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최고의 대화꾼이시다.

 “엄마, 나 이 이빨 흔들리는 거 돌보미 선생님한테 어서 말하고 싶어. 그럼 아마 아주 깜짝 놀라실걸. 엄마 아이돌보미 선생님은 대학생 아들이 있으시대. 돌보미 선생님이 우리 놀이터에 데려가 주셨어. 엄청 착하시지? 히히”  조잘조잘......


짧은 시간 같이 있으면서 참 많은 것을 함께 한다. 돌보미 선생님은 내가 해주지 못하는 공부라든지, 놀이터에서 놀기라든지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많은 것들을 도와주시니 참 감사하다. 선생님과 놀면서 자전거를 못 타던 아이가 자전거까지 타게 되고 참 놀라운 일이다.


 둘짼 천방지축 장난꾸러기 아이인데 어린이집이나 낯선 곳에 엄마 없이 가면 아주 조용한 요조숙녀가 된다. 1년을 다닌 어린이집에서도 조용히 있는다. 그런데 아이돌보미 선생님과 있을 땐 주일 만에 천방지축의 모습을 드러낸  보면 돌보미 선생님이 참 친근하긴 한가보다. 그리고 기관이 아닌 집에서 돌봄이 가능하니 아이가 더욱 안정되기도 할 것이다. 둘째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가끔씩 “흠. 재미없어.” 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있는데 선생님과는 책을 쌓아놓고 읽고 있는 모습에 정말 놀랐다. 어떤 날은 엄마가 일찍 와서 돌보미 선생님과 책 못 읽는다고 울고 불고 한 때도 있어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얼마 전 “전 세계 엄마들의 사생활”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 속에는 전 세계 엄마들의 삶이 담겨 있는데 대부분 국가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일과 육아와 가정을 홀로 도맡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나의 엄마도 이 책 속의 엄마들처럼 홀로 육아를 하셨다.  때론 아주 어린 나와 언니만 집에 두고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볼 일을 보러 나가시기도 하셨다고 하신다. 그때 우리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고........ 그런데 주변에 맡길 곳은 없지 돈은 벌어야 했지 어쩔 수 없었노라고 마음 아파하신다.  지금은 이런 제도가 생겨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며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감격해하신다.


 엄마들도 꿈이 있다.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 그 꿈이 사그라질까? 아니 더욱 커져간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적으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많은 엄마가 꿈꿀 수 있도록, 꾹꾹 눌러 담아도 스멀스멀 피어 으르는 아지랑이 같은 꿈이 소박하게나마 펼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함께 할 수 있길 소망한다.  나의 꿈을 지켜주고 이룰 수 있도록 해 준 돌보미 선생님께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2015년에 쓴 글 초고 다듬은 글)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시기도 하고 우연히 만나면 너무나 반갑게 인사하시는 선생님♡ 건강하시죠?^^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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