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다음(daum)에 글이 오른 거에 이어 아이와의 에피소드가 담긴 글이 또 한 번 다음(daum) 메인에 올랐다. 수많은 사람이 오며 가며 잠시 잠깐 들리는 간이역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묘하게 설레기도.. 묘하게 두렵기도 했다.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친구의 대학 동기가 다음에서 이런 글을 봤는데 위로가 된다며 글을 보내주더란다. 그런데 그 글을 보니 내 글이었다고.... 그래서 자기 친구라고 자랑했다며 이야기하니.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 한 번 뜨니, 전국 방방곡곡 보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내 글이 그래도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브런치에들어와 보니 글을 보고 상처 받았다는 분의 댓글이 올라와있었다. 순간, 얼음! 긴장 백배!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했다. 아차! 실수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고 무섭기도 했다. 소심한 A형이라(물론 혈액형과 아무 상관없다지만) 얼굴까지 빨개졌다. 한편으론 삶에서 개인이 경험한 에피소드일 뿐인데 굳이 이렇게 반응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먼저, 어릴 때 엄마가 일하는 걸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자랑스러워하기도 하더라 였다. 또 조금씩 성장하면서 내 곁에서 멀어져 가서 홀가분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애를 태우며 워킹맘으로 살아온 나를 위로하고, 아이가 아직 어린데 힘들게 육아하며 워킹맘으로 지내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곧 지나간다고... 지나갈 거라고..... 다르게 전달된 방식이 속상하기도 했다.
오해의 소지도 있었겠지만, 글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내 문제도 있으리라. 전업맘을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헌데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어, 비수가 되어 꽂혔다니 너무 죄송했다. 이 분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내 탓도 있는 듯하다. 위로를 주는 글을 쓴다고 깝죽대던 내가 부끄러웠다.
모든 엄마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 내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엄마라면..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를 쓰는 마음도 모두 같을 것이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힘든 엄마를 워킹맘, 전업맘 이렇게 두 가지 틀로 나누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우습게 느껴진다. 워킹맘, 전업맘 두 자리다 각자의 사정이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사정이란 건 설명하기에도 참 어렵다.
친구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맘의 길을 걷는 친구가 있다. 혹은 일하고 싶지만 아이가 떨어지지 않아서,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서 타의적으로 전업맘의 길을 걷는 친구도 있다. 어떤 친구는 일을 하고 싶지 않고 아이를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싶지만 사정상 일을 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너무나 사랑해서 일을 하는 엄마도 있고,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해야 하는 엄마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여러 사정상 워킹맘을 선택했다. 너무나도 좋아했던 공부를 손 놓을 수 없었고, 밖에 나가길 좋아하는 성향이라 도저히 아이를 온전히 케어할 자신이 없었다. 경제적인 필요도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이런 나도 때론 전업맘이 되고 싶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아이에게 문제가 보일 때.. 내가 일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닌지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렇게 갈팡질팡 하며 살아간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지 않을까? 어떤 게 아이를 위한 길인지, 어떤 게 나를 위한 길인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워킹맘을 선택하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 걸까? 전업주부를 선택하면 아이를 더 사랑하는 걸까? 워킹맘을 선택하면 아이에게 자랑스러울까? 전업맘을 선택하면 아이에게 부끄러운 걸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이런 단순한 차원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년 후, 나의 두 딸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직장이 있음에도 아이 키우는 게 더 행복하고 좋아서 전업맘의 삶을 택할 수도 있고, 일하는 걸 더 좋아해서 워킹맘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혹은 아이를 보는 게 힘들어서 워킹맘을 선택할 수도 있을 테고...
다만, 어떤 삶을 선택하든... 내 아이들이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묘한 내가 창대하게 바라건대... 이 땅의 엄마들도 자신이 걷고 있는 이 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세상사 다 내 뜻대로 될 수 없지만... 아이를 낳고 더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세상사 내 뜻대로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엄마가 행복하면 좋겠다. 그리고 일을 하는 엄마든, 그렇지 않은 엄마든... 모든 엄마가 더 행복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되면 좋겠다.
p.s. 불특정 다수가 내 글을 읽는다 생각하니 가뜩이나 어줍지 않은 글솜씨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 얹은 기분이다. 글 하나하나 무겁게 느껴진다. 지나가는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닌 평생 남는 글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더욱 겸허히 신중하게 글을 써야겠다고 배운 시간이다......그..그래도 계속 써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