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현재, 이별 ing

by 마음의 자수

이별이 힘든 사람에게 '학교'는 쉽지 않은 곳이다. 매년 정들었던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선생님도 때마다 옮겨 다니는 철새니, 어김없이 이별이 찾아온다. 거기에 덧붙여 퇴임하는 선생님도 계신다. 그러니, 1월과 2월은 눈물 흘릴 날이 잦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이별식이 두 개나 예정되어 있었다. 생각하면 슬픔에 잠식될까 일부러 모른 척 바쁘게 흘려보냈다. 소소하게 준비하고, 덤덤하게 보내자 다짐했다.


5교시. 또래상담자 모임.

왁자지껄 게임을 하며 웃던 아이들이 지난 시간들이 담긴 영상을 보고 사뭇 진지해진다. 집단상담 종결 회기에 많이 활용하는 Hot Seat 활동을 하였다. 졸업하는 또래상담자 아이들 한 명씩 소감을 이야기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그동안 못다 한 말, 고마움, 응원의 말을 건넸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눈물은 왜 그렇게 나오는지. 미안함과 아쉬움은 언제나 먼지처럼 왜 이리도 뽀얗게 일어나는지....


자기 고민으로도 벅찰 청소년 아이들인데 또래상담자라고 친구들의 고민에 더 귀 기울이며 보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보다 더 가까이 힘들어하는 친구 곁을 지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웃으면서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던 아이들이 이토록 대견스럽다. 나름 우리랑 감성도 비슷한 건지 015B의 '이젠 안녕'을 듣자고 한다.


옆지기 부장 선생님께서 퇴임하신다. 33년의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아이들과 함께 했던 부장님의 마음은 어떨까? 세상에 나와 연관된 무언가를 남기는 게 싫다고 말씀하셨지만, 마지막 수업을 차마 보통의 나날처럼 그냥 흘려보내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교사지만 수업을 하지 않는 나로서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었다. 다행히 마음이 고운 A 선생님이 교감. 교장이 아닌 평교사로 퇴임하는 이에게는 마지막 수업을 의미 있게 챙겨주는 게 좋지 않을까 이야기하셨다. 참 고마웠다. 옆 지기인 나도 생각지 못한 것들을 챙겨주셔서.



A 선생님과 함께 대형 꽃바구니를 준비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100 인생 그림책'을 준비했다. 태어나서 100세 인생이 그림으로 담긴 이 책을 삶의 전반부에 쳇바퀴 돌듯 반복됐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는 부장님께 꼭 선물하고 싶었다. 책 속지에는 뒤따라나갈 후배 교사들의 고마움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A 선생님 한 분과 준비한 조용하고 조촐한 마지막 수업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함께하는 이가 점점 늘어난다. 한 선생님은 플랭카드를 준비하셨다. 또 다른 신규 선생님은 마지막 수업 반의 담임이었기에 칠판 안에 아이들과 편지를 빼곡히 남겼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아이들과 함께 거대한 하트 편지도 준비하셨다.



드디어 마지막 마침 종이 울릴 시간. 또래상담자 아이들이 플랭카드를 들고, 부장님이 계신 교단으로 다가간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함께 '스승의 노래'를 부른다. 같은 마음으로 달려오신 선생님, 함께 하는 아이들 모두의 온기가 느껴지는 시간이다. 이 멋진 광경을 감히 글로 써 내려갈 언어가 따라오지 않아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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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마침 종이 울릴 시간. 또래상담자 아이들이 플랭카드를 들고, 부장님이 계신 교단으로 다가간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함께 '스승의 노래'를 부른다. 같은 마음으로 달려오신 선생님, 함께 하는 아이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시간이다. 이 멋진 광경을 감히 글로 써 내려갈 언어가 따라오지 않아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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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교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전투적으로 생활한다. 수업을 하고, 생활지도를 하고, 많은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때문에 같이 수다를 떨 시간도, 웃으며 안부를 건넬 시간조차 없다. 아주 큰 학교에서는 서로 이름도 알지 못한 채, 1년이 흘러가기도 한다. '적막한 직장', '정이 없는 직장'이라는 생각에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 적도 있다. 게다가 유래 없던 코로나로 2년 넘게 회식 한번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이 시간은 한 마음으로 함께했다. 신규교사는 퇴임교사를 보며 앞으로 자신이 무수히 걸어 나갈 30년이란 세월을 헤아려보았을 것이다. 퇴임교사는 성가대의 지휘자처럼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신규교사를 보며 교단을 처음 밟았던 시간부터 지금까지의 걸음과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게 '진정한 교육'이지 않았을까. 교사가 단순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을 알려주는 것. 누군가의 시작과 끝을 함께 기뻐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과 시간을 함께 공존하는 일...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작은 마음도 함께 나누는 어른으로 성장해가면 좋겠다.


하아. 늘 끝은 아쉽고 후회되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끝이 없다면 무한한 릴레이가 힘들어 시작조차 할 엄두를 못 낼 것이다. 끝이 있으니 해볼 수 있는 게 참 많다. 또한 끝자락에 돌아보는 후회와 아쉬움은 우리를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인간으로 성장시키지 않나 싶다. 그러니 매년 돌아오는 이 시즌이 어떤 면에선 고맙다고 해야겠다. 여전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