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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Jan 20. 2022

코로나 확진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흰색 린넨 커튼 사이로 어렴풋이 들어오는 겨울 낮 포근한 햇살이 나를 비친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재촉하지만, 방안 가득 적막한 고요함이 흐를 뿐이다. 마치 내 마음을 닮은 듯.


코로나에 걸린 지 3일이 지났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코로나 확진이라는 선고가 몸과 마음에도 내려졌다. 몸은 찢어질 듯 아픈 인후통으로 인해 고통스러웠고, 마음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지독한 죄책감으로 인해 괴로웠다. 이제는 어느 누구에게든, 언제 어디서든 코로나 확진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막상 확진이 되면 주변의 질책 어린 시선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 채 코로나가 우리 가족을 덮쳤다. 밤새 갑작스러운 오한과 인후통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갔다. 혹시 몰라 잔기침을 하던 남편까지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다. 1월 7일부터 지금까지 집에만 거의 있었던 터라 코로나는 나와 멀다고 생각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음성으로 결과가 나오면 병원 가서 수액을 맞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나 확진이래. 어쩌냐." 남편의 전화 한 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직장에서 황급히 돌아오는 남편을 뒤로한 채, 아이들을 데리고 아픈 몸을 이끌고 코로나 검진 센터로 달려갔다. 멀찌감치 차를 세운 후,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나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인상 쓰기에 바쁜 두 딸이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챘는지 두 손을 꼭 잡고 신호등을 건넌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여러 번의 검사를 했던 탓인지 능숙하게 스스로 검진을 받고 엄마를 향해 뛰어오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 또다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 절망 섞인 목소리에 얇고 긴 한숨이 깊어진다. 남편과 나는 안방에 격리되고, 아이들은 혹시 몰라 자기들끼리 밥을 해 먹었다. 엄마, 아빠에게 설렁탕과 손수 만든 계란 스크램블을 문 앞에 대령했다. 언제 이렇게 컸냐며 기특하다가도 우리 가족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현실에 한없이 당황스러울 뿐이다.



인생에게 손님처럼 다가오는 고통, 우울과 비통함 등을 손님처럼 맞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밤새 끙끙 앓느라 겨우 선잠이 들었는데 또다시 울리는 전화벨(오전 8시). 이젠 체념이다. 결국 그렇게 온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아픈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재빨리 최근에 만났던 지인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만난 친구에게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도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코로나 확진'이라는 이야기에 세 가지 반응이 대체적으로 나타났다. 한 부류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나에 대한 안중은 이미 없는 듯, "알았어. 일단 끊어."라고 즉각적으로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며 달려가는 부류, "어쩌다가. 어디서 누가 걸린 건데? 증상 있으면서도 애들 만나게 했어?"라고 조금은 원망 섞인 말을 하는 부류, "코로나는 누구든, 어디서든 걸릴 수 있는 건데 누구 잘못도 아닌데 그게 왜 미안해. 안 걸리면 좋겠지만 걸려도 괜찮아."라고 위로해주는 부류.


어떤 반응이든 조심스럽다. 이런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2차까지 백신을 맞았는데 돌파 감염이라니 절망스러웠다. 우리 가족도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당사자인데.. 주변 지인들에겐 우리가 최초 확진자가 되어 전파한 꼴이 되는 게... 그게 못내 힘들었다. 원망 섞인 말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반응했을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결국 나란 사람도... 어찌 보면... 남의 고통보다는 한 치 앞에 놓인 자기 상황만 더 애절하고 안타까울 뿐이니까. 어느 누구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애꿎은 코로나나 원망해야지!


결국.. 그렇게 둘째 아이 친구까지 확진되고... 왠지 모를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인해 아이 친구까지 우리 집에서 재택치료를 하겠다고 했다. 내 몸 하나 회복 안돼서 힘든 지경이었는데 이 오지랖은 어쩌면 좋을까? 친구네도 별 수 없는 상황이고, 이 일의 절반 이상 책임은 "너네 가족"에게 있다 라는 생각으로 친구는 우리 집에 아이를 맡기고 돌아섰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평상 시에 안해주던 파자마 파티를 이제 해준다며...ㅡ.ㅡ)


..............................


그래도 폭풍 같은 3일이 지났다. Elisabeth Kübler-Ross가 이야기한 슬픔과 상실의 5단계가 그동안 지나간 듯하다. 첫날은 충격으로 "이런 일이 어떻게 나에게 일어날 수 있지?"라고 부정하다가.... '아니 2차 백신까지 맞았는데.. 밖에 나돌아 다니지도 않고 집에만 있었는데' 분노하고 억울해하다가...... '만약 3차 부스터 샷을 빨리 맞았더라면 괜찮았을까?"..... '만약'을 덧붙여 적절한 협상적인 생각을 해보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수용하는 단계.


.. 시간과 추운 계절은 무심한 듯 나와 무관하게 흘러간다. 그래도.... 끊임없이 증세를 살펴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병원 관계자분들, 늦은 시간까지 약과 물품을 배송해주시는 보건소 직원분들, 불편하지 않게 행정처리를 해주시는 공무원 분들... 정말 감사하다. 우리 가족이 집에 고립된 것이 아닌 외부세계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새삼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그리고..  늘 그렇듯, 생은 또 새롭고 좋은 일들의 위로로 다가와준다. '후기 공모전'에 냈던 수상 소식(우와! 좋아하는 그림책 10권이나 우리 집에 온다!!), 선물처럼 배송 온 박완서 작가님의 에세이 책! 주변 지인들의 응원 가득 메시지와 선물들(홍삼도 치킨도 모두 모두 고마워요!!)


비록 올해 첫 1월의 끝자락까지 집에 갇혀 있어야 할 테지만...

올해 첫 달. 기쁜 일 많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과 박완서 선생님의 따뜻한 메시지처럼


"올 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from. 박완서)"


라는 말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나의 상황과 다르게 다가오는 또 다른 기쁜 일을 맞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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