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열두 시 종이 울리기 전, 10시 반이 되자마자 부리나케 학교 앞으로 달려갑니다.
"엄마!!!" 뛰어오는 아이를 보니 오랜만에 기다림이 주는 행복을 만끽합니다.
아이의 차디찬 손을 꼭 부여잡고 잠바 주머니에 손을 포개어 넣는 순간, 아이는 엄마와 친구 얼굴을 번갈아 봅니다.
"음. 엄마. 나 그냥 00이랑 놀게. 놀아도 돼???."
허락을 받는 것인지, 통보를 하는 것인지 아리송한 말을 내뱉고는 엄마가 서운할까 염려되는지 한 마디 덧붙입니다.
"엄마! 엄마가 학교 앞에서 기다려서 너무 기분 좋아."
하고는……. 휑하니 달려가 버리네요.
너.무... 커.버.렸.다. 힝.
졸지에 혼자 덩그러니 놀이터에 남겨졌어요. 첫째도 엄마 얼굴 한 번 보더니 친구랑 약속 있다고 가버렸고요.
놀이터를 둘러보니…. 어린아이들은 신이 나서 놀고 있고, 엄마들은 같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네요.
분명. 저도 저들 틈에 끼어 아이들이 놀다가 다칠까 노심초사하며 눈은 아이들에게, 입은 엄마들에게 향하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아이들과 함께할 걸 그랬나 봐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아이들과 신나게 놀 걸 그랬나 봐요.
저 멀리 멀어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림책 <엄마의 품>을 떠올려봅니다.
신나게 물 주전자를 가지고 엄마에게 달려가던 아이. 엄마와 나눠 먹을 하얀 크림빵까지 야무지게 챙겨 들길로 논길로 걸어 나갑니다. 엄마를 만날 생각에 얼마나 설레고 행복할까요.
그런데…. 아이는 이 길 위에 예상치 못한 먹구름을 마주합니다. 아이는 얼마나 겁이 났을까요.
온통 어두컴컴해진 하늘에 홀로 있던 아이는……. 두려움에 떨었을 거예요.
거친 빗줄기에 참개구들도 놀라 집으로 돌아가죠. 아이는 참개구리처럼 집으로 되돌아가야 할지, 엄마에게 가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당연히. 엄마겠죠. 겁이 난 아이는 비를 맞으면서도 엄마 모습만 떠올립니다. 어서 빨리 엄마를 간절히 만나고 싶습니다.
"엄마. 엄마."
큰 소리로 불러도 엄마는 보이지 않아요.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 추위에 외로움에 바들바들 떨었을 아이를 찾아 엄마가 달려옵니다.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달려온 아이를 엄마는 등짝부터 내리칩니다. 얼마나 따뜻했을까요. 여전히 온통 어두컴컴하고, 거센 비가 호되게 내리지만…. 온 세상이 따뜻해짐을 느껴요. 맞아요. 엄마의 품은 참으로 넓고 따뜻하죠.
우리 아이들이 엄마 품을 떠나 세상을 향해 나가는 발걸음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아이가 친구랑 신나게 뛰어갔던 오늘처럼,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하얀 눈이 덮인 아름다운 나날만 기다리고 있진 않을 거예요. <엄마의 품> 그림책에서 아이가 갑자기 만난 폭우처럼 온 세상이 어두컴컴해지고 빗물이 눈물처럼 흐르는 날도 있을 거예요. 그런 날, 엄마를 찾아온다면... 엄마인 나는 너른 품을 가지고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요. 어린 시절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져 울면서 엄마에게 달려올 때, 꼭 품에 안아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