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자수 Feb 23. 2022

아이의 관찰 시선: 엄마

이제는 내가 관찰을 당한다.


오랜만에 딸둘에게 주말 데이트를 가자고 성화를 부렸다. (이젠 아이들이 아닌 내가!!!)

"엄마. 엄마랑 나만 가는거야?"

내 눈을 꼭 닮은 혀니가 묻는다.

"아니. 다같이 가."

"엄마. 그게 왜 데이트야? 단 둘이 가는지 알고 좋아했네. 둘이 가야 데이트고, 세명이면 모임이지 모임."

그래. 데이트 말고 모임에 나가보자.



맛나게 샤브샤브를 먹던 중, 친정 엄마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고 난 후, 리니가 외할머니일줄 알았다며. 뭔가 마음부터 편안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라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럴리가 없는데. 분명 툴툴거리는 목소리였을텐데.'

혀니가 거든다. "엄마. 뭔가 너무 틱틱거리는게 편한거 맞는거 같아." "헉"

리니가 실실 웃더니 거든다. "눈치 없긴. 난 좀 돌려서 그렇게 말한건데 역시 넌.."


아!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나의 말투, 표정, 눈빛.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들을 관찰하는만큼 내가 아이들에게 관찰당한다는 사실을 또 잊고 살았나보다.


친정엄마도 느끼고 있겠지. 내가 틱틱거린다는 걸.

마흔 넘어 엄마에게 투덜대는 틱틱거림도 엄마니까 참고 넘기는 거겠지.

아름답고 수려한 말들로 날 위로할 수 없는 엄마지만,

사소하게 건네는 일상의 안부가 사랑이고

투덜대는 나의 말들도 다 받아주는 엄마가 너른 품이란 걸 몰랐나보다.


.......


모든 걸 엄마와 나누고 싶어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둘이서 비밀일기를 쓰면서 키득댄다.

엄마도 같이 쓰면 안되냐고 하니 절대 안된다고 ..."엄마도 00이모랑 써!"

꽁꽁 잠긴 자물쇠에 엄마는 절대 다가갈 수 없는 비밀이 서서히 생기는 아이들에게

서운함과 아쉬움을 느끼는 나처럼....

나의 엄마도 20년 이상의 세월을 서운함과 아쉬움 속에 살고 계셨겠구나.


이대로 후회할 수는 없기에 저녁을 먹고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드렸다.

한층 쌓아올린 다정한 목소리로 안부를 다시 건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옆에서 듣던 리니가 귀를 기울인다.

"엄마.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톤인데. 완전 다정해졌어.

우리 피드백 받더니 변했네"

"그래. 엄마는 그래도 노력하는 점 좋지? 놓치지 않고 다시 해보잖아.."


... 토닥토닥... 후회만으로 하루를 끝내지 않고, 다시 시도해보는 나에게 미소를 보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아이들과 함께할 걸 그랬나 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