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뭔가 안에서 툭 하고 끊어졌다
평소처럼 대화하고 있었다.
웃기도 했고, 고개도 끄덕였다.
그런데 그 순간,
안에서 뭔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작은 소리였다.
아무도 몰랐다.
나조차 정확히 뭔지 몰랐다.
다만 분명한 건,
그날 이후로 친구의 농담에 웃지 못했고,
"힘내"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괜찮아?"
습관처럼 대답한다.
"응, 괜찮아."
틀린 말은 아니다.
울지도 않았고, 당장 무너질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예전의 나와는 달라졌다.
기운이 빠진 것도 아니고, 슬픔이 또렷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안쪽에서 자꾸 헐거워진다. 단단히 묶여 있던 실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나는 그 소리를 모른 척했다.
바빠서 그런 거라고,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다 지나갈 일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재촉했다.
하지만 깨진 것은 서두른다고 다시 붙지 않는다.
애써 웃고, 괜찮은 척 말을 건네도 안쪽에서는 계속 같은 소리가 났다.
"지금은 아니야."
"조금 멈춰야 해."
그 목소리를 무시할수록 나는 더 멀어졌다.
내가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부서졌다고 해서 삶이 멈추지는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있고, 약속은 예정대로 흘러간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왜 안쪽은 계속 금이 가는지.
아마 그건 겉으로 버텨낸 시간만큼 안에서는 계속 견뎌왔기 때문일 거다. 균열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오래 참고, 오래 미뤄온 결과처럼 어느 날 조용히 드러날 뿐이다.
부서진 것들은 생각보다 날카롭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도, 나를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저 조심스럽게 흩어져 있었고, 나는 그걸 치울 일처럼 대했어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밀어두고, 못 본 척하며 하루를 넘겼죠.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계속 그 자리에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곧장 고쳐야 할 것처럼 느꼈다. 다시 단단해져야 하고, 흠집 없이 돌아가야 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을 되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조각들은 서로를 급하게 찾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놓인 채로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지금은 맞추는 시간이 아니라 바라보는 시간이라는 걸.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하나하나 따져 묻고 싶었다.
누구 때문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내가 너무 약했던 건 아닌지.
하지만 이유를 찾는 동안 나는 또다시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깨진 것들은 설명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여기까지 잘 버텼어."
"이만큼 남아 있어."
부서졌다는 사실보다 아직 남아 있다는 감각이 조금씩 마음을 붙잡았다.
다시 이어붙인다는 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맞물린 상태도, 흔적 하나 없는 회복도 아니었다.
하나하나를 손에 올려보는 일.
깨진 부분을 천천히 살펴보는 일.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
그제야 알았다.
이어붙인다는 게 다시 살아내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다시 나를 대하겠다는 약속이라는 걸.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태의 나를 못마땅해했을 거예요.
왜 이렇게 느려졌는지,
왜 예민해졌는지,
왜 예전처럼 못 하는지.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말을 건네요.
"지금은 이만큼이면 충분해."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돼."
그 말 하나가 깨진 틈 사이에 조심스레 놓인다.
붙지 않아도 괜찮다.
흩어져 있어도 괜찮다.
존중받는 마음은 그 자체로 회복이 된다.
혹시 당신도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그 소리가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다면 지금은 고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치우지 말고,
급히 맞추지 말고,
그 자리에 잠시 두세요.
그 안에는 당신이 여기까지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요.
오늘은 그저 부서진 마음 곁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됩니다.
"당신은 여기까지 잘 버텼어요."
그 말이 들린다면,
당신은 이미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