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것들의 변주
그 사람이 계속 생각난다.
혼잣말이 늘었다.
그 사람을 잊고 싶었다.
그 사람을 잊기 위해 글로 생각을 정리했다.
내 안에서 그 사람의 의미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바쁘게 살면 잊힐까 싶어 정신없이 일했다.
퇴근 후엔 운동하고, 영어학원도 다녔다.
새로운 경험으로 잊어보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점점 더 뚜렷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를 알았던 시간보다 혼자 그를 기억한 시간이 더 길어졌다.
문득 궁금해졌다.
'잊는다'는 건, 기억의 소거일까.
아니면 감정의 소멸일까.
나는 ‘잊는다’는 건 가슴에 묻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은 해변의 모래사장 같아서, 잊고 싶은 기억을 모래 속에 묻어둘 뿐이라고.
그렇게 묻어 두었던 기억은 파도가 잔잔한 날엔 숨어 있었다.
파도는 제어할 수 없었다.
큰 파도가 치는 날이면 그간 쌓인 모래가 씻겨 내려가 묻어두었던 기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묻어 놨던 기억이 보일 때마다 나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저 묻어두었던 주체 못 할 감정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파도를 맞으며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뾰족하고 모가 나 아팠던 기억들이 어느 순간, 전보다 덜 아프게 느껴졌다.
아, 파도를 맞으며 모가난 곳이 서서히 침식되고 풍화되었구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기억을 마주한 나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추억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잊는다'는 건 기억의 소거도, 감정의 소멸도 아니었다.
그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르게 남는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잊는다'는 건 기억을 추억으로 바꾸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상처가 치유되고 흉터는 남았지만, 더 이상 통증은 없다.
아픈 기억은 치유되고 감정의 소용돌이도 사라졌다.
지금도 내 안의 그는 아물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