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연수 시작

세부 도착

by 민돌

드디어 세부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온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한 달짜리 어학연수를 떠나는 길이었지만, 마치 몇 년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처럼 응원받았다.

이 어학연수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 큰 이벤트였고, 엄마를 응원하는 마음이었기에

엄마와 나를 떠나보내는 우리 언니도, 엄마와 함께 떠나는 나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밤늦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 새벽 세부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밖으로 빠져나와 픽업 서비스 대신 Grab 택시를 불러 학원으로 향했다.

“너 어쩜 이렇게 능숙하니?” 엄마가 기특하다는 듯 말했다. “엄마, 나 여행 좀 다녔잖아.” 라며

일부러 으스대며 우스꽝스럽게 답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새벽 3시 학원에 도착해 보안 담당자를 만나 방을 안내받고,

엄마와 한 달간 지낼 2인실 기숙사에 들어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단촐한 방 상태에 조금 당황했다.

스프링 소리가 날 것 같은 침대와 화려한 무늬의 이불보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를 모시고 왔는데 더 좋은 곳을 잡을걸.’ 후회가 밀려왔다.

‘하하.. 방 컨디션이 좀.. 그렇네? 엄마 미안해’라고 말하며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는 “이 정도면 호강이지”라며 오히려 나를 다독였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니 새벽 4시가 되었다.

몇 시간 후 시작될 오리엔테이션과 레벨 테스트 등 다음 일정이 있기에

불만과 불안한 마음을 접어두고 일단 잠을 청했다.

나는 앞으로 한 달간 이곳에서 엄마의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긴장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다행히 엄마는 “내가 외국에서 영어 배운다고 누가 알겠어?”라며 피곤하셨는지 금세 잠들었다.

그 혼잣말에 다짐했다. 엄마가 팝송을 부를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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