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에서의 첫 시험
3시간 뒤척이며 잠을 설치다 7시가 되어 식당으로 갔다.
학원 정보를 뒤적이며 봤던 식당에 진짜 왔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엄마는 평소 아침을 안 먹지만, 스케줄을 의식해 밥을 듬뿍 담았다.
오리엔테이션을 위한 컨퍼런스 룸엔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많아야 30대 정도 보이는 사람 몇몇이 대부분이었지만, 가장 연장자는 역시 우리 엄마였다.
나는 엄마가 나이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거나 주눅들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엄마는 더 당당해했다.
오리엔테이션 선생님이 한 명씩 불러서 이름부터 체크할 것들을 확인하고
종이에 영어로 각자 이름을 적게 시켰는데, 엄마는 영어 이름을 적지 못해 난감해했지만
부끄러워하지 않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간단히 학원 규칙과 생활에 필요한 내용들을 듣고 레벨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영어 시험은 오랜만이라 머리가 하얘졌다. 나도 힘들었는데,
60대인 엄마는 알아듣지 못하는 문제 앞에서 시시각각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제 한국에서 출발해 세부 도착 후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어진 일정에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드셨을 것이다.
결국 학원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엄마를 시험장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엄마는 애써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며 웃으며 방으로 돌아갔고, 나는 남은 시험을 마쳤다.
한국에선 엄마가 나를 이끌었지만, 여기선 내가 엄마를 지켜야 했다.
그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시험 후 학원의 안내에 따라 쇼핑몰에서 앞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
추가로 지불해야 할 어학원 관련 비용을 위해 현금을 인출해 지불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통금과 음주 금지 같은 학원 규칙은 낯설었지만,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 새로웠다.
내일 드디어 첫 수업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