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준비 부족
드디어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언젠가 꼭 와보고 싶었던 어학연수였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첫날 레벨 테스트에 따라 짜인 시간표를 받고 엄마의 교실을 먼저 찾았다.
닭장처럼 생긴 좁은 공간이 쭉 붙어 있는 작은 교실, 그리고 그 안에 책상과 작은 의자 두 개가 있었다.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담당 선생님을 만났다.
어릴 적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집 근처 속셈 학원을 찾아갔던 시절이 떠올랐다.
“엄마를 잘 부탁해요.” 어색한 영어로 인사하며 걱정을 삼켰다.
내 수업도 낯설었다. 45분간 1:1로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선생님의 익숙한 진행 덕분에 수업은 빠르게 흘렀다.
내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엄마 걱정이 앞섰다.
쉬는 시간, 엄마의 교실로 달려갔다. 엄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약간이라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선생님이 있을 줄 알았는데,
‘헬로우’만 아는 엄마는 필리핀 선생님과 단둘이 시간을 버텨야 했다.
“왜 이런 걸 미리 확인하지 않았을까?” 자책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고, 당장은 다음 수업에 참여해야 했기에
엄마의 손을 잡고 두 번째 수업 선생님을 찾아갔다.
“엄마가 팝송을 부르고 싶대요. 영어를 읽을 수 있게 파닉스 위주로 가르쳐주세요.”
엄마는 겁에 질린 표정이었지만, 내가 걱정할까 봐 애써 웃으며 수업에 들어갔다.
엄마의 나이도 있고, 낯선 나라와 환경에서 영어를 배운다는 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벽에 부딪힐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모든것은 나의 준비부족 문제였다.
수업이 끝나고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어쩌지? 하며 엄마의 귀국 비행기편을 검색했다.
동시에, 괜히 이런 걸 하자고 해서 엄마를 고생시켰나? 하는 걱정과 후회가 몰려왔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학생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으며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의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바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역시 우리 엄마는 보통 여성이 아니었다. 일단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책을 찾아야 했지만, 머릿속이 하얗게 굳어지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신없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