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다
세부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엄마는 어제 힘들었는지 누우시더니 새벽까지 푹 잠들었다.
엄마가 깊이 잠든 모습이 왠지 안타까워 보였다. 나는 엄마의 수업이 걱정되었다.
선생님과 의사소통 자체가 문제인데, 파닉스든 팝송이든 수업을 진행한다는 게 무리가 아닐까 생각할 때,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다. “팝송만 하면 된다고 하니까 가사집 들고 와서 죽죽 읽기만 하잖아. 이건 아닌 것 같아. 할 거면 제대로 배워야지! 이렇게 했다가는 한 달 동안 앉아서 돈만 버리고 시간만 떼우다 가겠어.”
수업이 두렵고 힘든데도 공부와 본전에 대한 욕심을 내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엄마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보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역시 엄마는 나보다 한 수 위인 사람이었다.
문득 우리 엄마가 생각보다 공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결국 엄마는 수업 시작 전 아침, 내 손을 잡고 한국인 매니저를 찾아갔다.
“팝송만 하지 말고 영어 기초부터 알려줘요”라고 단호하게 요청했다.
엄마는 수업 이틀 만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바꿔가고 있었다.
내가 주고 싶었던 선물은 팝송이었지만, 엄마는 더 큰 욕심을 품었다. 그 모습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