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열다

엄마의 도약

by 민돌

수업 사이 공강 시간에 방에 들어가니 엄마가 책상에 앉아 끙끙대며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릴 적 책상에 앉아 숙제하고 공부하는 건 언제나 내 역할이었는데,

엄마가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웃겨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무엇을 하는지 뒤에서 지그시 바라보고 있으니, 엄마가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어우, 이게 무슨 소린지 알아야 외우고 배우고 문제를 풀 텐데, 너무 답답해!”


선생님과 최소한의 소통마저 어려운 상태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숙제를 해나간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것이다.. 그러다 번역 앱이 떠올랐다.

“엄마! 핸드폰으로 번역해서 볼 수 있어! 이거 써봐. 알파벳 직접 검색도 되고, 사진 찍어서도 볼 수 있어!” 엄마에게 번역 앱 사용법을 알려줬더니 엄마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이런 게 있었어? 이런 줄 알았으면 어학연수 안 와도 됐겠는데? 하하하!”

마치 심봉사가 눈을 뜬 것처럼 엄마가 기뻐했다.


“엄마, 그럼 수업은 어떻게 했어? 선생님이랑 어떻게 소통했어?”라고 물었더니,

엄마가 한숨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짓 발짓하고 대충 때려맞추며 수업했어.”

번역 앱을 배운 다음 날부터 엄마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졌다.

번역 앱을 활용해 선생님과의 수업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오늘 선생님한테 필리핀 음식점 추천받았어!”라며 엄마의 밝은 얼굴에 나도 기뻤다.

영어 단어 하나가 아니라, 소통의 기쁨을 배워가는 엄마였다.


나는 엄마의 도전을 보며 여행지에서 영어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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