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후회
여유로운 주말, 엄마를 위해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를 준비했다.
"엄청 큰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다고? 그런 게 있어? 무조건 가야지!" 엄마는 세부에 온 뒤로 호기심 많은 여고생 같아졌다.
세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가야 했기에 새벽 2시 픽업에 나섰다.
4시 반쯤 도착한 오슬롭에는 고래를 보기 위해 몰려든 여행자들이 넘쳐났고 우리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엄마와 나는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지저분한 탈의실에서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었다.
시간이 갈수록 여행자는 더욱 많아졌고 어수선한 주변 분위기에 나의 긴장도는 높아졌다.
엄마는 이 모든 것들이 신기했는지 호기심 넘치는 질문들이 끝이 없었다.
순간 나는 엄마에게 “나 지금 너무 예민해, 아무것도 묻지 마”라며 화를 내고 말았다.
평생을 엄마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내가 고작 이 정도에 엄마에게 화를 내다니 가슴이 찌릿하게 아파왔다.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을 때 우리의 탑승 차례가 되었다.
하필 오늘 파도가 세 물 밑으로 내려가는 게 쉽지 않았다.
내가 먼저 나무를 잡고 물로 내려갔는데 나를 따라오던 엄마는 물살에 몸이 뒤집힐 것 같다며 결국 내려오지 못했다.
나무를 겨우 붙잡고 몸을 덜덜 떨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며 신나 했는데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내가 걱정하는 걸 이미 알고서는 "괜찮아, 엄마 걱정하지 마" 라며 애써 나를 안심시키며 웃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은 숨길수가 없었다.
다행히 고래가 잠시 등을 물 밖으로 내밀었을 때, 엄마는 나무에 매달려 덜덜 떨면서도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나마 고래상어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 “이것도 경험이야. 오늘 긴장하고 힘들었을 텐데 고생 많았어”라며 엄마는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 떠나온 어학연수였지만 나는 엄마의 발 끝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엄마를 보며 다짐했다. 다음엔 더 따뜻하게 엄마를 챙기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