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성당

엄마의 기도

by 민돌

엄마가 기도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마지막 순간엔… 너희한테 똥오줌 치우게 하고 싶지 않다고.”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말은 필리핀의 한 성당, 선풍기만 시원하게 돌아가던 한낮의 뜨거운 공간을 단숨에 차갑게 만들었다. 부활절 연휴라 4일이나 쉬는 기간. 공부를 못 해 아쉬웠지만, 이 휴식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 호캉스도 준비하고 여행 코스를 짜다가 성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천주교 신자인 우리 모녀 모두 냉담자이긴 해도 성당은 여행지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20~30분을 달려 도착한 성당은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내려앉아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천장에 거대한 선풍기가 천천히 돌아가며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고 있었고, 동남아의 성당 풍경은 묘하게 낯설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엄마, 우리… 같이 기도해볼까?”


내 제안에 엄마는 생각보다 쉽게 자리에 앉았다.
엄마랑 단둘이 이렇게 나란히 앉아 기도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고, 이런 시간을 주신 것에 감사드렸다. 무럭무럭 크는 조카들, 그리고 아빠. 마음속에 하나씩 이름을 올려 기도했다.

성당을 나오며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내 삶 마지막에 너희 힘들게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평생을 우리 때문에 고생해 놓고, 이제라도 대접받을 생각을 해도 될 텐데… 엄마의 마지막 기도는 또다시 ‘우리 걱정’이었다. 엄마는 착해서 더 안쓰러운 사람이다.


60대 중반을 넘어서며 부쩍 나이 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늘 강하고 단단하게만 느껴지던 엄마가 이제는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 사실이 낯설고, 서글프고, 또 무섭다.

그날의 성당, 그 뜨거운 바람, 돌아가는 선풍기, 그리고 엄마의 마지막 기도.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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