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방에서
아마 그날, 방 문을 열기 전까진 이 어학연수에서 가장 깊이 남을 순간이 그렇게 조용히 찾아올 줄 몰랐다. 혼자서 팝송을 따라 부르는 엄마의 모습—
그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모든 게 그저 평범한 하루처럼 흘러갔다.
4일 연휴가 끝나고 다시 수업이 시작된 날이었다. 며칠 쉬었을 뿐인데 영어는 더더욱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마지막 주라 그런지 수업 분위기도 살짝 늘어져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되어 잠깐 누워 숨 좀 돌릴 생각으로 방에 올라갔다. 문을 여는 순간, 엄마가 누운 침대 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영어 가사와 한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어둔 가사가 빼곡한 악보에서 두 가사를 번갈아 보며, 영어 알파벳 하나하나를 입으로 조심스레 따라 부르고 있었다. 박자에 맞춰 다리를 살짝살짝 흔들면서, 어색한 발음일지라도 꿋꿋이 노래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 엄마가 정말 진심으로 팝송을 부르고 싶어서 온 거였구나.’ 여행 겸 공부겠지, 그냥 경험 삼아 오신 거겠지… 가볍게 생각했던 내 마음이 한순간에 부끄러워졌다. 엄마는 조용히, 아무에게도 티 내지 않고,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이 ‘오래된 꿈’을 배우고 있었던 거였다.
“오~ 엄마 노래 잘하는데~” 농담처럼 건넸지만, 사실은 마음속에서 울컥함이 뒤섞여 박수가 철썩 터지고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나는 살짝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언젠가 꼭 다시 보고 싶을 것 같은 장면이었기에 영상을 남기고 싶었다.
저녁이 되자 엄마는 파닉스 영상을 틀어놓은 채 스르르 잠들었다. 3주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나갔던 엄마, 힘들다고 말해도 결정한 목표는 끝까지 붙드는 엄마. 그 뒷모습이 그날따라 유난히 크게 보였고, 그날 나는 영어보다 더 중요한 걸 배웠다.
꿈을 향한 사람의 자세는 꼭 거창할 필요도, 남들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으며, 조용히 꾸준히 그저 좋아서 하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 엄마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