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의 소소한 나날

엄마의 맛집

by 민돌

오늘 수업을 마친 뒤 한국에 가져갈 기념품을 사러 학원 근처 쇼핑몰로 향했다. 드라이 망고와 망고 젤리를 구매하고 숙소로 돌아오려는데, 문득 이곳의 시간이 묘하게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1~2주는 마치 영원히 이곳에 살 것처럼 길게 느껴졌는데, 3주 차에 접어들자마자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고, 마지막 주는 손을 잡아보기도 전에 휙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곳에서의 일상은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피곤했다. 언제 어디서든 엄마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늘 마음 한편을 눌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엄마가 조금씩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표현을 배우고, 나와 함께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피로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문득 ‘이 시간이 참 귀하구나’ 하는 마음이 밀려오곤 했다.


저녁엔 엄마가 직접 선생님에게 추천받았다는 필리핀 전통 레촌 맛집에 가기로 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엄마가 번역기와 손짓, 발짓, 그리고 3주간 조금씩 늘어난 영어를 총동원해 직접 물어보고 맛집을 알아 왔다는 사실은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은 내가 찾아둔 곳들만 갔는데, 오늘은 엄마가 스스로 알아 온 식당에 간다는 점에서 이미 여행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엄마는 그 사실만으로도 들뜬 표정이었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났다. 그랩을 타고 15분쯤 달리자 아얄라몰 근처에 깨끗하고 커다란 로컬 식당이 나타났다.


원래 레촌은 귀찮아서 건너뛰려 했던 메뉴 중 하나였는데, 엄마의 손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니—여행은 역시 계획하지 않은 지점에서 빛나곤 한다. 드디어 맛보게 된 레촌은 의외로 차갑지 않을 정도의 온도였고, 맛은 담백했으며 향은 조금 독특했다. 뜨거운 고기가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경험이었다. 며칠 동안 막탄과 세부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음식을 반복해서 먹다 보니 속이 밍밍해지고 느끼해져 ‘한국에 돌아갈 시간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스쳤다.


잠들기 전, 오늘 하루를 떠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간 건, 아마도 우리가 이곳에서 꽤 많은 것을 배우고, 웃고, 함께 고생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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