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달이 남긴 흔적
긴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의 감정은 늘 비슷하다. 익숙함이 먼저 밀려오지만, 그 안에는 오래 비워둔 방처럼 미세한 낯섦이 섞여 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무렵이었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공항철도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한 달이 이미 희미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집에는 엄마와 나를 맞이하려고 언니 가족이 먼저 와 있었다. 우리는 짐도 풀기 전에 한 달 동안의 이야기를 정신없이 쏟아냈다. 언니는 조카들에게 “이제 할머니가 너희 영어 가르쳐주신대!”라며 장난을 쳤고, 그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연수에서 받은 수료증을 들고 마치 대학 졸업장처럼 돌아가며 가족사진도 찍었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웠지만 뿌듯한 마음이 함께 밀려왔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자, 우리의 생활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짧았던 어학연수였던 만큼 눈에 띄는 영어 실력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그저 엄마와 오래 여행을 다녀온 듯한, 혹은 조금 길고 선명한 꿈을 꾼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엄마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 안의 공기가 아주 조용하게 달라져 있었다.
매일 트로트 TV만 틀어놓으시던 엄마가, 어느 날부터인가 파닉스 영상을 따라 읽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연히 보셨나?” 싶었는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반복됐다.
기타 동호회에서는 여전히 가사 위에 한글 음가를 적어두지만, 이제는 그 소리를 이해한 뒤 부른다는 사실이 엄마에게 작은 자신감이 되어주는 듯했다. 노래 끝에 스스로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가 번지곤 했다.
크게 보면 사소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그 작은 변화들 사이로, 엄마의 표정이 전보다 조금 더 생기 있어 보였다. 마치 오래 닫혀 있던 창문이 아주 조금, 그러나 분명하게 열리는 것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평생 나에게 해준 것들에 비하면 이번 한 달은 너무도 작은 조각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 작은 조각이 엄마의 일상에 금빛 같은 틈을 만들고, 그 틈으로 새로운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는 일은, 내게는 어떤 선물보다도 귀했다.
엄마에게 어학연수는 그저 단순한 영어 공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엄마의 삶이 다시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옆에서 함께 지켜본 시간이었다. 결국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사람은 언제나 그렇듯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