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극 디렉터의 시선으로
-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다는 것.
처음 심리극을 알게된 때가 2002년 3월이었다. 난 심리극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심리극을 하면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극이 안전하게 진행된다는 것은 아니다. 심리극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기에 안전은 담보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심리극을 잘 아는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2005년 처음으로 심리극 전문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앎을 깨우고 지금-여기에서 주의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배운다고 해서 당장 그 기술과 방법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결국,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한다. 내담자를 실험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들과의 만남 안에서 훈련을 했다.심리극에서 알아야 하는 개념과 방법을 끊임 없이 연습하고 실패한다. 실패는 끝을 의미하지 않았다. 실패는 다음을 연결하는 고리와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질문을 하게 했고, 다음 배울 부분을 찾게 했다.
- 자격증이 전부가 아니다.
2011년 겨울, 심리극 전문가 자격 시험을 응시하여 2012년 심리극 전문가 2급을 취득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자격증을 위해 시작하지 않았고, 심리극이 주는 즐거움을 찾아 따라가니 어느 새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학회에서 자격을 준다는 것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필요했다. 심리학 학부생으로 심리극은 실천하기에는 부족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학원에서 상담 이론과 실제를 더욱 배우려고 노력했고 2016년에는 심리극 1급 전문가로 승급했다. 나는 심리극을 실천하면서 심리극과 역할극이 접목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했다.나는 그 과정에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과연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행위인가?
과학적이라는 것은 행위의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다. 합리적이다는 건 논리성, 현실성, 실용성, 융통성, 파급효과를 근거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 심리극 전문가로서 합리적 근거를 찾는 과정
심리극은 경험과학으로 관찰가능한 범위에서 그 내용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했다. 심리극을 훈련하면서 관찰했던 내용은 구두로도 전달되었으나, 결국엔 연구물에서 합리적 근거 과정을 살펴보면서 수련을 해야 했다.
나는 어떻게하면
심리극을 연구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2018년 박사과정을 시작으로 지난 8년동안의 심리극과 역할극 프로그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프로그램의 합리적 근거와 타당성을 찾기 위해 학술발표를 하게 되었다. 지난 해 연말부터 두 달여 동안 선행연구와 활동 내용을 정리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100여개 학교에서 실천했던 'SNA를 활용한 역할극 프로그램'의 내용과 근거를 학술지에 수록할 수 있게 기록했다. 이번 한국심리극역할극상담학회에서는 청소년의 교우관계 갈등 예방 중심으로 초점을 정했다. 부족한 내용 투성이지만 시도해본다.
심리극이 과학이 되기위해서는
행위의 경험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레노가 보면 답답할 노릇으로 볼지 모르지만, 젤카모레노나 그의 동료들이 심리극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과거보다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여러 연구방법론이 세련되어지고 발전되고 있다. 심리극과 역할극이 안전해지고 그 효과가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