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드라마의 기본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 웜업을 하는 법
How to prepare before going to the psychodrama stage?
연극의 경우에는 연극배우들이 사전에 대본을 읽습니다. 연극의 이야기 흐름과 동선에 따라 연기 연습을 하고 정식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합니다. 심리극 디렉터는 어떨까요? 심리극에는 연극에서 말하는 리허설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심리극 디렉터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저는 초보 심리극 디렉터로 무대에 올라가기 전 느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호흡은 빨라지고, 두 손은 땀이 나며, 눈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럽고 불안했습니다.
“나는 과연 이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쩌지?” “실패하면 사람들이 비난하고 말 거야.” “도대체 어떻게 진행해야 하지?” 심리극 디렉터로서 무대에 올라가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요동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몸과 마음의 세계는 분리되고 지금 이 순간 집단이 보여주고 있는 여러 가지 단서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심리극 디렉터로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어떤 마음의 자세, 웜업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만약 심리극 디렉터로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 심리극 디렉터의 웜업을 알고, 경험하면 심리극 디렉터는 자발성이 촉진되고, 지금 여기에서 심리극 디렉터 자신의 기대, 집단원, 주인공의 마음의 움직임을 적절히 포착할 수 있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과 집단원의 자발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집단이 서로를 믿고, 응집하게 돕게 되며 심리극 본극 단계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무대 위로 올라오는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심리극 디렉터로서 어떤 방식으로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 웜업을 하나요? 제가 보아왔던 심리극 디렉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웜업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심리극을 배우고 있다면 주인공 경험으로 자신의 마음의 세계의 자발성을 촉진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마음의 세계로 보면 “나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믿을 수 없지?” “나는 왜 항상 잘해야만 할까?”처럼 자신의 일상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삶의 질문들을 떠올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숙련된 심리극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주인공이 되어 일상에서 보이는 반응 양식을 살펴보면 심리극 디렉터로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만날 수 있는 신체적 감각, 감정, 생각, 행동, 관계 등을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Holwell센터에서 심리극 전문가 훈련을 받고 심리극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수지 테일러(Susie Taylor)는 심리극 세계(The Handbook of Psychodrama)의 웜업 소개 편에서 심리극을 하기 전에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저항’ 또는 ‘자신이나 집단에 대한 기대’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이를 위해 자신의 정서적인 반응에 대해 구조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의 경우 심리극 수련과정에서 수련 감독자가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 웜업을 보았습니다. 오늘 이 곳까지 오면서 자신이 느낀 이야기, 오늘 집단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이야기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 등을 가볍게 이야기 나누는 것입니다. 이미 오랜 세월 심리극을 실천해온 수련 감독자 심리극 실천가에게 이런 집단원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은 자신을 웜업 하고, 집단원과 주인공에게 자발성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외에도 동료 심리극 전문가들은 가벼운 수준의 웜업에서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양치질을 한다거나 음악을 틀고 가볍게 걷고, 춤을 추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 가벼운 다과를 먹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2016년 7월 8일-10일, 한국 심리극 역할극 상담학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된 마샤 카프(Marcia Karp)는 심리극 섹션마다 옷을 갈아입거나, 다양한 악세사리를 바꾸어가며 심리극 디렉팅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는 모레노가 “불안하면 불안한 만큼 적절한 행동으로 표현하라.”라고 말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심리극 디렉터로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스스로의 웜업을 위해 자발성을 촉진하는 의식(ritual)을 만드는 것은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그 의식의 한 예로 초보 심리극 디렉터로 무대에 올라가기 전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힘을 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천을 선택합니다. 그 천을 이제 의자 위에 두르고 앉아 봅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과 근육을 이완합니다.
오늘 만날 사람들을 떠올려보고 최근, 또는 과거에 정리되지 않은 자신의 삶의 주제가 있다면 잠시 그 주제가 심리극 디렉터 역할로서 어떤 도움과 어려움을 줄 수 있는지도 떠올립니다. 필기구와 종이가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떠올렸던 신체적인 감각, 감정, 생각, 행동, 관계 등을 적어보고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선택합니다. 천이나 인형, 쿠션, 종이상자 등 그 대상과 역할을 바꾸어 지금 이 순간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말합니다.
심리극 전문가인 수지 테일러(Susie Taylor)의 경험처럼 심리상담 영역에 있는 슈퍼바이저도 내담자를 만나기 전 내담자의 사전 정보와 과거 회기 등을 다시 회상하며 상담 진행되기 전에 일정한 의식(ritual)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 기억이 있습니다. 언어적 방식을 사용하는 심리상담과 다른 면이 있다면 심리극 실천가는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도 웜업을 할 때 행위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점검하고 의식(ritual)을 행위화하면서 스스로의 자발성을 점진적으로 촉진되기를 시도해봅니다.
심리극 디렉터로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과 심리극 워크숍을 하고 있는 마샤 카프(Marcia Karp)는 한국에 왔을 때 아주 즐거운 방식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에 웜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집단원은 나이가 많은 심리극 디렉터의 농담(joke)에 Kellermann(1992)이 말한 as-if의 치료적 가치가 반영된 심리극 한 장면으로 마치 생일인 것처럼 생일 케이크과 꽃을 준비하고 즐겁게 노래를 하며 축하 파티를 했었습니다. 마샤카프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한국에 와서 자신을 지지해주고 축하해주는 생일 파티라는 상황은 언어, 나이, 문화, 성별과 상관없이 짧은 시간에 자신과 집단원, 앞으로 만날 주인공에게 짧은 시간 깊이 있는 방식으로 웜업에 이르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샤카프의 웜업 방식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어떤 면에서는 심리극 디렉터의 웜업을 방해할 수 있는 상황과 요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심리극 디렉터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자원, 주변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무대에 올라가기 전 웜업을 한다면 심리극 디렉터의 스스로의 웜업뿐만 아니라 집단원과 주인공에게 자발성과 창조성에 이르게 하고, 진실의 극장인 심리극을 안전하고 충만하게 안내할 수 있게 합니다.
정리하자면 심리극 디렉터로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 웜업을 하는 방법으로 심리극 디렉터 수련과정에 있다면 주인공이 되어 일상에서 반복되어 들려오는 내면의 물음으로 반응되는 반응 양식을 알아보기. 이는 심리극 무대에서 자신에게 올라오는 저항, 자신과 집단에게 하는 기대를 알게 합니다.
심리극을 오랜 세월 수련해온 심리극 수련 감독자들이 해온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해온 웜업 의식(ritual)인 걷기, 노래 흥얼거리기, 춤추기, 옷 갈아입기, 악세사리 하기 등을 보면서 자신만의 의식(ritual)을 만들어보기. 마지막으로 행위적인 방식으로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의식을 갖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심리극 무대에 올라가기 전, 심리극 디렉터의 웜업'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