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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온 Aug 04. 2019

사이코드라마에서 자발성이 중요한 이유

사이코드라마의 기본

심리극 디렉터가 집단상담에서 말하는 초기 단계인 심리극의 소개와 웜업이 지나면 무대에 의자가 놓이게 됩니다. 주인공을 만나기 위한 의자입니다. 이 의자에 앉게 되면 집단원들은 주인공이 되기 위해 주인공 후보가 됩니다. 우선 주인공 후보가 된 사람들은 심리극 디렉터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해결되지 않았고 일상에서 반복되었던 이야기, 최근에 느끼고 있는 어려움 등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심리극 디렉터는 심리극 웜업과 주인공 후보들의 인터뷰를 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는 힘이 있습니다. 바로 ‘자발성(spontaneity)’입니다. 자발성의 어원은 'sua sponte'으로 sua는 '자신의, 고유의’이며 sponte는 '자연적으로, 저절로, 자발적으로’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이를 해석하면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coming from within)라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이콥 레비 모레노(J.L Moreno, 1953)는 심리극에서 보고 있는 자발성을 “기존 상황에 새롭게 반응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힘”으로 정의했습니다.         

자발성의 유형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이 3가지는 병적 자발성, 진부한 자발성, 진정한 자발성이 있습니다. 먼저 병적 자발성은 적절하지 않은 새로운 반응이며, 진부한 자발성은 새로움과 창조성이 없는 적절한 반응, 새로움과 창조성이 있는 적절한 반응이 진정한 자발성이라고 말합니다. 심리극에서 주인공은 진정한 자발성을 어떻게 경험하게 될까요? 심리극 디렉터의 안내에 따라 심리극 웜업 과정에서 집단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집단원이 웜업을 할 때 그 반응들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 몸동작의 영역, 크기,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목소리의 크기와 높낮이 등. 심리극의 웜업을 통해 자발성이 촉진되고 발생됩니다.


예를 들어 심리극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집단원이 심리극 디렉터만 바라보고 있을 때와 집단원 간에 서로 시선을 바라보게 하고 눈빛을 나누게 할 때, 심리극에 참여하는 집단원에게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도록 하는 행위와 집단원 간에 서로 마주 보며 손바닥을 치도록 하는 행위, 심리극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집단원에게 말하지 않고 그 공간을 걷도록 했을 때와 그곳에서 걸어 다니며 우연히 마주하는 사람과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부딪치는 행위는 자발성을 엄연히 다르게 반응하게 합니다. 심리극에서 보인 우연한 또는 의도적인 웜업은 다양한 방식의 자발성을 드러나게 합니다. 특히 심리극에서 웜업은 개인보다 집단에 웜업이며 상호 신뢰감 형성에 방향성이 있습니다. 심리극 디렉터는 다양한 기법들이 상황에 적절히 사용되도록 안내합니다. 심리극 웜업은 몸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자발성은 향상됩니다.

  모레노는 심리극으로 자발성에 변화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심리극 디렉터는 심리극이 진행되는 동안 집단원과 주인공에게 자발성의 변화를 경험하도록 시도합니다. 자발성에 변화를 갖기 시작하면 기존의 상황에 새롭게 바라보는 일, 마치 삶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었던 불편한 감정이나 마음의 어려움을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만들게 됩니다.

심리극 디렉터는 그때 그 순간이 무엇이 있었는지 문제를 분석하고, 동의를 구하고, 그 상황에 주인공이 안전하게 다시 그 순간을 경험하도록 머물고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 순간 자발성의 한 편에 불안이 있습니다. 모레노는 “불안은 자발성의 함수이다. 자발성은 현재 상황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뜻한다. 만일 그 반응이 적절하다면 자발성이 ‘충분’하다면 불안은 감소되어 사라진다. 자발성이 감소할수록 불안은 증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마치 시소처럼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자발성이 낮으며, 불안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발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심리극 웜업 과정으로 자발성을 촉진하게 하면 불안이 줄어들면서 기존의 상황에 새로운 반응을 창조적인 행위로써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의 자발성 수준에 따라 작품에서 깊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극에서도 주인공은 자발성을 통해 과거에 반응했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반응하고, 유사한 새로운 상황에도 적절하게 반응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심리극에서 자발성의 변화를 경험한 심리극 주인공의 사례를 볼까요? 과거 회사 상사에게 주눅 들고 남들의 끊임없는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직장인. 이제 그 상황에서 잠시 멈춥니다. 내 안에 있는 두 가지 마음을 만납니다. 권위 있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과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 주인공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명령처럼 들리는 말에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그 경험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다시 바라봅니다. 부모님에게 끌려다닌 나를 다시 바라보며 이제 아니라고 말해보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분명하게 바라봅니다. 이처럼 심리극에서 자발성이 향상되고 변화될 때 감정의 정화, 인지의 통찰, 행동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자발성은 주인공을 좌절시키고, 가로막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게 했던 상황을 다르게 만들게 합니다. 

폴 홈즈(Paul Holmes, 1990)는 "자발성은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심리극 과정에서 주인공이 기존의 상황에 막혀 여전히 적절하지 않게 반응하고 있다면 심리극 디렉터는 어떻게 주인공과 집단원에게 자발성을 촉진시켜줄 수 있을까요? 애덤 블래트너(Adam Blatner, 2000)는 자발성이 화려하거나 극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심리극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멈추어 심리극 디렉터와 주인공이 무대에 걸쳐 앉거나, 가볍게 걸으면서 진정한 자발성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자발성은 반응(reaction)만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행동(action) 그 자체로 드러날 수 있다(최헌진, 2003)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심리극 디렉터는 심리극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재된 힘, 자발성을 드러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https://youtu.be/g6yRyiPfb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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