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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온 Aug 12. 2019

한국에서 심리극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사이코드라마의 기본

심리극(psychodrama)은 1969년 한국 최초의 정신의학 교과서인 '정신 의학’에서 한동세 교수에 의해 문헌 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후 1975년에는 현재 국립정신건강센터라고 불리는 국립 정신병원에서 김유광 교수에 의해 (김혜남, 김유광, 1988) 처음 심리극이 실시되었습니다. 1970년대 심리극은 정신과 의사에 의해 정신병원이라는 제한된 장면에서 실시되었습니다. 1984년 조사자료에 의하면 심리극은 전체 115개 병원 중 2개 대학병원, 2개 종합병원, 1개 정신병원 및 3개 개인의원 등 8개 병원에서만 실시되고 있다고 기록되었습니다(성금영, 1987). 이외에도 1980년에 일부 대학교 심리학과 학생들은 연습된 대본극 형식으로 실천되었습니다. 1985년 최헌진 교수는 대전 을지병원에 국내 최초 사이코드라마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1990년대 무렵 심리극 동아리를 보면 심리극 공연에 사용된 용어, 형식, 내용이 대학마다 다르거나 심리극에 지식과 경험이 있는 지도교수가 없는 상황에서 미숙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1994년 최헌진 교수가 한국 최초로 사이코드라마 지도자 과정을 운영하면서 사이코드라마에 대한 전문가 교육을 시작하게 됩니다. 1994년에는 최헌진과 제자들이 연구회를 만들고 1996년 8월에 제이콥 레비 모레노의 아내인 젤카 모레노를 한국에 초청하여 특별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1990년대 후반, 2000년 초에 이르러 민간 학회가 출범되었습니다. 이제 약 20년이 지나 국내에는 심리극을 보급하고 훈련, 연구하는 역할로 한국 심리극 역할극 상담학회가 있습니다. 한국 심리극 역할극 상담학회의 경우 심리극 실천가(psychodramatist)로서 성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사항이 있습니다. 


최근 방송된 KBS1 추적 60분 1322회에서는 '실태점검 심리상담소가 위험하다’라는 주제로 방영이 되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마음을 다루는 심리상담사들의 전문성과 윤리적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심리극 실천가로 성장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방송처럼 짧은 시간만에 성장할 수 없습니다. 만일 주변에 심리극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이력과 활동 내용을 근거로 전문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심리극 실천가가 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학회에 소속되어 전문가로서 교육 이수, 학회활동, 사례 슈퍼비전, 자격시험 등을 거쳐왔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 심리극 역할극 상담학회에 있는 수련감독급 전문가(TEP, Trainer, Educator, Practitioner)의 경우 해당 분야의 박사학위자로서 20년 이상의 심리극 전문가로 활동하며 훈련과 교육, 실천을 해온 사람들입니다. 


저는 약 20년 전과 비교하여 심리극을 실행하는 방식도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69년도 문헌으로만 소개된 심리극에서 더 나아가 90년에는 국내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외국에서 심리극 워크숍을 이수 후 민간 학회로 그 전문성을 확장하고 훈련과 교육, 실천을 시도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과정에서 심리극은 여전히 모레노의 자발성과 창조성 이론, 철학, 역할 이론을 근거로 심리극을 실천하다 보니 주인공과 집단원이 가지고 있는 주제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핵심적인 주제를 안전하게 다루지 못하는 전문성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2019년 현재 심리극 실천가는 심리학적 지식과 상담이론을 접목하여 사례개념화를 통해 과거 심리극 실천가들이 가지고 있던 이론적 체계의 부족함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심리극 전문가들도 같은 추세입니다. 모레노 이후 여러 심리극 전문가들은 심리극 실천에 과학적으로 안전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케이트 허딘스 박사(Kate Hudgins, 2017, 2002)는 모레노의 자발성과 창조성 이론을 구체화하기 위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의 임상적 관찰, 애착 이론, 임상심리학의 근거, 대인관계 신경 생물학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심리극의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에 소개되고 실천된 지 50년이 안 된 심리극이 어떻게 대중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바로 방송 매체에 보인 심리극의 모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극이 한국 방송에 소개된 시기는 1984년 4월 6일 박찬성 극본, 김수동 연출의 「달리는 부부」가 처음이라 알고 있습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가정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드라마가 끝난 뒤 전문가와 시청자가 참여해 찬반양론을 펴는 토론시간을 마련,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소개된 바가 있습니다. 마치 지금의 부부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형식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시 심리극을 실천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해당 방송을 보고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현재 심리극 수련감독급으로 활동 중인 한 전문가는 “그 심리극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방송에 항의까지 했겠는가? 그건 디렉터의 창작에 가까웠거나 주인공에게 위험하거나 심리극이 왜곡될 가능성이 너무 많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국내에 방영된 또 다른 사례는 무한도전이 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심리 상태를 정신과 전문의가 진단하고 치료하는 특집으로 2009년 2월 28일 143회에서 방송되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심리극에 대한 적절한 소개 없이 박명수씨가 주인공이 되어 예능적인 방식으로만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매주 월요일 EBS1 채널에서 2012년 4월 9일부터 2017년 2월 27일까지 방영된 ‘달라졌어요’ 시리즈가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아이가 달라졌어요, 또는 부부가 달라졌어요.’라는 시리즈 주제로 실제 일반인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며 다양한 심리상담 전문가와 심리극 실천가들이 일반인들의 삶의 문제에 심리학적 해결안을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부부가 달라졌어요’에서는 여러 심리극 전문가들의 심리극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에도 모 심리극 전문가는 심리극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했지만, 여전히 심리극 진행방식이 안전하지 않고 사례개념화되지 않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기에서 보인 심리학적 서비스는 매우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고 윤리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현재 심리극은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소개되고 실천되고 있습니다. 심리극은 언어적 방식인 심리상담보다 더 직접적이고 행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문성과 윤리성은 매우 필수적입니다. 


한국에서 심리극이 소개되고 실천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심리극 실천가들에게 여전히 훈련과 교육, 실천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앱(app)이나 모바일 화상 챗봇 방식으로 심리상담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가상현실 VR(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 AR(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 MR(Mixed Reality) 방식이 확장된 확장 현실 XR(eXtended Reality)이 보급될 것입니다. 저는 최근 경기도 콘텐츠 진흥원에서 VR AR아카데미 교육을 받으면서 미래 심리극 콘텐츠를 구상했습니다. 오히려 이 교육을 통해 전통적인 개인상담 영역은 AI(인공지능), 빅데이터(big data) 등의 기술의 발전으로 대체되거나 융합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집단상담 방식인 심리극의 경우 온라인 콘텐츠 제작은 너무도 복잡한 변인과 집단 역동을 구현하는데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리극은 2001년 2월 5일부터 의료 현장에서도 정신치료극이란 이름으로 건강보험 수가가 등재된 집단정신치료(group psychotherapy)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강심사평가원 청구방법 및 급여기준 조회시스템(http://rulesvc.hira.or.kr/lmxsrv/law/lawFullView.srv?SEQ=72)에 의하면 "정신치료극(psychodrama)은 주연 환자, 관람한 환자 모두에게 치료적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Psychodrama를 전 병동 환자에게 관람시킨 경우, 이들 모든 환자에게 정신치료극 산정은 타당하므로 인정한다.”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심리극 실천가로서는 안전한 심리극 실천을 위해 임상적인 지식과 사례개념화, 심리극의 경험적 방식이 계속 요구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https://youtu.be/2wx7EENG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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