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12월15일]글쓰기로 시작되는 감.축.육.아

승윤이 임신했을 때 친한 친구에게 태교일기장을 선물 받았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쓰는 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쓰다 보니 마치 내 눈앞에 있는 아이에게 쓰는 것처럼 느껴졌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편지 같은 일기를 쓰며 조금씩 엄마가 될 준비를 했다. 그 기억이 좋았기에 아이가 태어나면 매 순간 성장을 기록해야지 마음먹었다. 그런데 출산과 동시에 ‘기록 해야지...’ 마음먹었던 것 까지 잊어버릴 정도로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출산 전과 후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육아와 집안일도 바쁜데 매일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라 여겨졌고 자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다시 블로그에 육아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15년 3월이다. 남편이 중국으로 가고 독박육아를 시작하던 때에 다시 글을 잡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남편과 통화를 하며 아이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공유했는데 통화로 전달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혼자 보기 아까운 모습, 너무 재미있었던 일, 눈물 날만큼 힘들었던 일, 함께 있었다면 너무나 좋았을 일들... 남편과 통화를 못하는 날이나 통화를 했지만 깜박 잊고 전달하지 못한 것들이 생길 때마다 입이 간질간질했다. 혼자만 알고 있는 것 같아 아까웠다. 다 풀어내야 속이 시원해지는데 그렇지 못해 가슴에 응어리처럼 남아있었다. 한국에서 우리 세 식구의 일상을 최대한 빠짐없이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남편이 언제든 시간이 되면 블로그로 우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도구였다. 때로 남편의 태도가 마음에 안들 때에는 육아일기를 공유하지 않는 걸로 소소한 복수를 하기도 했다. 혼자 육아하면서 더 바빠졌지만 기록을 할 합당한 이유가 생기니 글쓰는 시간이 확보가 되었다. 기록에 재미를 느끼며 육아일기가 우선순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몇 주 쓰다 보니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은 매우 제한 적이다. 남편까지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한계가 있었다. 재미가 떨어지니 의무감 처럼 올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보다 내가 느낀 것을 더 생생하게 기록했다. 어제와 같은 일정의 오늘이었지만 일기 속 하루는 전혀 다른 하루였다.


두 아이와 온종일 매달리다보면 매일 같은 일상에 답답할 때가 많아 일탈을 꿈꾸다가 두 아이가 동시에 아프거나 이벤트가 생기면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진다. 나름 평화로웠던 어느 날 아침, 나는 부엌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안방 문소리가 나더니 큰 아이가 빼꼼... 문을 열고 나온다. 여느때처럼 ‘흐음... 조금 더 자지...벌써 일어났네...’ 라는 마음을 뒤로하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벌려 아이를 안아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걷지 못하고 기어 나온다. “승윤아, 왜그래?”동물놀이 하는거야? 장난인 줄 알았다. “아퍼서 못걷겠어...”물어봤더니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다리를 삐끗한 모양이다. 어른 같았으면 근육이 살짝 놀란건지, 상태가 많이 안 좋은건지 감이 왔을 텐데 아이는 처음 느껴보는 아픔에 놀란 듯 했다. 당황스럽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정형외과를 언제 가봤더라... 집 근처에 정형외과가 있었나? 근데 거기까지는 어떻게 가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남편이 있었다면 SOS 상황으로 휴가를 내고 왔을 것이다. 기댈 곳이 없었다. 친정은 전라남도 광주라서 천안까지 오려면 최소한 3시간 이상 걸리는데 자세한 상태도 모르고 무조건 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나 혼자 해내야 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오히려 편해졌다. 그리고 오늘 이 일을 육아일기에 옮길 생각을 하니 특별한 하루 새로운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갖든 변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상황은 상황일 뿐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 마음에 관한 법칙을 조금씩 깨닫게 된 사건의 시작이었다. 큰 아이를 업고 둘째는 아기띠를 하고 병원에 다녀오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행이 나를 짠하고 기특하게 본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진료를 볼 수 있었지만 내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 당하는 기분이었다. 아마 오늘을 기록하고자 하는 새로운 관점의 전환이 없었다면 왜 맨날 자는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조심하지 않았냐고 아이를 나무랐을 거고 매 순간순간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에 휩쓸려 화로 가득차 있었을 것이다. 다행이 아이는 간단한 타박상으로 하루정도 발목을 고정시켜주는 부목을 대고 있었다. 다시한번 괜찮은지 병원에 가서 확인을 받았어야 했는데 기특하게도 아이가 괜찮다고 뛰어다니는 바람에 그 핑계로 다시 가지 않았다. 그 날의 일을 아이들이 모두 잠든 저녁에 기록을 하다 보니 힘들었다, 죽을만큼 힘들었다, 못살겠다... 이런 부정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낮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정리하다보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모든 시간, 경험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일기는 초등학교 입학하며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일기쓰기 숙제를 반 강제적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개학을 일주일 남겨놓고 밀린 일기를 밤새 몰아서 쓰며 힘들어했다. 성인이 되어 자발적으로 쓰는 육아 일기는 그때와 180도 다른 마음이다. 어렸을 적 일기쓰기는 국어 공부의 연장선 이었다. 선생님이 일일이 읽어보시고 맞춤법 검사를 하시며 빨간 색연필로 교정도 하시고, 참 잘했어요/잘했어요 와 같이 평가를 하셨다. 일기를 즐거운 마음에 썼다기 보다 숙제니까, 칭찬을 받기 위해, 잔소리 듣기 싫어서 썼던 것 같다. 10살도 안되는 아이들이 일기를 쓰며 자아성찰은 하기 힘들겠지만 꾸준히 일기 쓰기를 이어가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글쓰는 습관을 들이는 정도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쓰던 일기는 지금까지 잘 간직하고 있는데 중학교 올라가며 손을 놓았다. 만약 꾸준히 썼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성숙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가장 힘들었던 때에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한걸 보면 글쓰기는 인간의 본능 인 것 같다.


또 한번의 육아일기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바로 육아에 감사를 더한 일기다.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옥 선생님께서 ‘감사일기’를 추천해 주셨다. 그렇게 만난 감사일기 덕분에 육아는 감(사하고) 축(복하는) 육아가 되었다.


성공하는 습관을 만드는 하루 1분, 21일 감사일기의 힘 <<땡큐파워>> 에는 ‘감사는 후천적 습관이며, 행복도 훈련’이라고 이야기 한다.


“감사도 습관이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생활의 반복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면 그 인생의 길은 확연하게 이전과 달라진다. 하루만 감사하면 그날은 행복하고 특별한 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멀리 보아야 한다. 감사일지를 통해 감사 습관을 갖추면 평생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이는 사물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닌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일에 ‘감사합니다’라고 쓰는 것이 참 어색했다. 그래서 원래 대로 쓰고 뒤에‘감사합니다’를 붙였다. 문맥에 맞지 않더라도 일단 썼다. 신기한 것은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인 한마디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감사하다고 쓰는 순간 그 것은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 되었고, 그 따뜻한 에너지로 온 몸이 물들었다. 감사의 에너지로 충전된 나의 눈에 비친 아이들은 천사였다. 의식적이었던 감사는 점점 무의식으로 확장되어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육아일기를 쓰면 육아 때문에 힘들고 지쳤던 나의 일상이 육아 덕분에 축복이 된다. 아이의 미소 덕분에 나도 더 웃게 되고, 아이로 인해서 나도 몰랐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모르던 나를 육아를 통해 발견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것을 감사하는 순간 감사하고 축복하는 감축육아가 시작된다. 감사를 마음으로 느끼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번 왔다갔다 하여 잡기 힘들지만 마음을 기록해 두면 시간이 지나도 내 것으로 남는다. 감사의 마음이 도무지 들지 않을 만큼 힘든 날 지난 기록을 살펴보며 감사의 힘을 얻을 수 있다. 글쓰기도 습관이고, 감사하기도 습관이다. 두 가지를 나의 습관으로 장착시키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법은 한가지다. 감사일기를 매일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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