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12월17일]인생을 결정하는 엄마의 시간관리

엄마의 시간관리

한때 아침형 인간, 새벽형 인간이 유행이었다. 미용, 패션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유행을 쫓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자기계발 분야엔 늘 관심이 있어 대세를 따랐다. 모두가 ‘아침형 인간!!’ 을 외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도 책을 사서 읽고, 계획을 세우며 아침형 인간!! 을 외쳤다. 하루 이틀 실패하다가 결국 며칠 못가고 스스로 잊는다. 이런 쪽으로는 성격이 급해 조금 해보고 안되면 기다리지 못하고 나와는 안맞는 것 같다며 금세 포기한다.‘나는 원래 뒷심이 부족해. 일을 벌리기는 잘하는데 마무리가 안된다니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자기합리화 하며 괜찮다고 위안을 삼았다. 유행의 기류에 합세하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앞서가지는 못해도 뒤처지지는 않는 기분이었다. 기숙사가 있는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회사와 기숙사가 회사버스로 5분 거리였다. 8시까지 출근인데 기숙사에서 출발하는 7시 30분 마지막 시간 버스를 겨우 탔다. 다른 회사에 비하면 상당히 이른 출근시간이지만 이 곳을 기준으로 보면 막차다. 마지막 시간 버스인만큼 사람이 너무 많아 출근시간 강남의 지하철을 방불케 했다. 그 시간을 피하고자 남들보다 일찍 출근을 했다. 일찍 출근해서 뭘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졸려서 책상에 엎드려 잠을 보충하기도 했고,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하며 잠을 깨기도 했다. 뭔가를 하기 위해 시간을 확보한게 아니라 사람이 많은게 싫어 일찍 출근한거였기에 의미있는 아침시간은 아니었다. 그럴거라면 차라리 잠이라도 마음 편히 푹 자는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승윤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 중이었을 때는 아이가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우는 시간이 기상시간이었다. 모유수유를 했기 때문에 밤새 뒤치다꺼리에 피곤했던 나는 아이가 내 몸을 올라타고 놀자고 흔들어 깨워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막 엄마가 되었던 그 시절에는 육아 외에 다른 것은 모두 사치였다. 휴직 전에는 이 시간을 잘 활용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 보자고 다짐하고 지인들에게 이야기 하고 다녔지만 육아는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육아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엄마들 보면 블로그에 아이 성장기록, 개월 수에 맞는 엄마표 놀이/이유식도 땟깔나게 잘하던데... 해외직구로 이것저것 사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톱 때만큼도 못따라 갔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는 것도 아닌데 뭐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도통 낼 수가 없었다. 나만 여유가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늘 시간의 결핍을 느꼈다. 그렇게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했을 때 예전 사회생활을 했을 때보다는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었다. 어쨌건 아이를 낳고, 돌때까지 기른 것은 나에게 작은 성공 경험으로 쌓여 자존감이 예전보다 올라가있는 상태였다. 나에게 직장은 하루에 수십번 퇴사를 생각했을 만큼 힘든 곳이었다. 꼭 꿈을 찾아 다시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곳이었다. 그런데 꿈은 찾지 못했지만 회사생활을 예전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애도 낳고 키웠는데 뭘 못하겠어? 란 아줌마 파워,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일찍 출근을 했다. 아이키울 때 자유롭지 못했던 시간, 나만의 시간을 갖는게 너무 좋았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일단 집을 나서면 자유의 몸이었다. 6시 회사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아침을 먹고 내 자리에 앉으면 6시 40분 정도다. 6시 버스를 놓쳐도 남들보다는 일찍 출근했다. 어떤 날은 책도 보고, 또 어떤 날은 책상 정리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인테넛 서핑을 하기도 했다. 일이 많은 날은 업무를 먼저 시작 했다. 매일 하는 게 고정적이지 않았다. ‘독서를 해야지! 하루 1시간 영어 공부를 해야지!’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10분 하고 나면 지겨워서 졸려왔다. 회사에 일찍 도착은 했는데 하고싶은게 없을 때는 식당에 앉아 멍하니 뉴스를 보기도 했다.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줄줄 새는 시간을 모조리 활용해 훨씬 나은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거다. 음... 과연 그럴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 다른 내가 되어있을까? 태생이 부지런하고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부모님 아래 자라면서 가정환경에 의해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시간관리가 생활인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일단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지난날 나를 되돌아 보니 시간을 펑펑 낭비해본 사람이 시간을 잘 쓸 수 있고, 시간의 결핍을 느껴본 사람만이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 새벽형 인간!! 을 외치며 도전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실패를 하는 이유는 뭘까? 왜 어떤 사람은 도전하는 것 마다 성공하는데 왜 나는 제대로 끝까지 하는게 하나도 없을까? 답은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서 자기계발하는 이유가 뭔데? 왜 꼭 해야하지? 무엇을 위해 나는 자기계발을 하는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없는 도전은 수박 겉 핥기다. 단순히‘일찍 일어나서 독서를 해야지! 굿모닝팝스를 챙겨 들어야지!’ 정도로는 부족하다. 책을 읽고 어학공부를 하면 물론 좋겠지만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나 지금 엄마라면 더욱이 그렇다. 하면 좋겠지만 안해도 되는 합당하고도 타당한 이유가 널렸다. 남들이 일찍 일어난다, 아침시간을 활용하니 너무나 좋다고 이야기 하니까 나도 일어나야지!! 다짐하는 것은 ‘좋은 건 알겠지만 하지 않겠다’는 거와 다르지 않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새벽에 극세사 이불에서 빠져나오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왠만한 의지로는 빠져나올 수가 없다. 애엄마가 자아성찰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고 시간 관리를 해서 자투리 시간까지 낭비하지 않고 활용 한다고 하면‘왜 그렇게 타이트하게 사냐고, 왜 힘들게 사냐고??’ 물어본다. 그 시간에 애나 잘키우지 이제 와서 무슨 자기계발이냐고 탓하는 어른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론 나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맞지만 굳이 남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야기 하자면) 아이를 잘 키우고 남편의 내조를 잘하기 위해서 엄마의 시간관리는 누구보다 필요하다. 그렇다고 단 한순간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다! 는 계획은 무의미 하다. 엄마라면 말하지 않아도 공감할 것이다. 육아란 계획을 세운다고 계획대로 되지도 않거니와 예상치 못한 일들이 훨씬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너무 타이트한 시간관리는 오히려 스트레스일 뿐이다. 그럼 대체 시간관리를 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앞서 이야기 했지만 나에게 시간관리가 필요한 이유,‘시간을 관리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그리고 앞으로 엄마로써 아내로써 가장 중요한 온전히 나로써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삶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민을 제대로 한 후 시작하는 엄마의 시간관리는 진짜 나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시간 관리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에 대한 자아성찰을 위해 엄마인 내가 그리고 누구나 당장 할 수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단연 ‘글쓰기’다. 글도 잘 못쓰는데 언제 글을 써서 그 어렵다는 자아성찰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설 것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자아성찰은 평생에 걸쳐 꾸준히 하는 것이다.


<<미라클모닝>> 의 한 구절이다.


“다른 사람들이 극복하거나 성취한 것들은, 우리의 과거나 현재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우리 역시 정말 그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는 아주 당연한 증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러한 관점이 아주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시작은, 삶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 탓을 그만두는 것이다. (...) 바로 지금, 당신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 그곳은 잠시 지나가는 곳인 동시에 당신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 그곳에 서 있는 이유는, 당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그 자리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육아를 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엄마라는 자리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육아는 마라톤 중에서 가장 힘들고 지루한 타이밍이다. 다이어트라고 치면 정체기라 할 수 있고,금연이라고 하면 견디기 힘든 초기 금단현상 기간이라 할 수 있다. 모두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듯이 육아의 시간을 성장하는 골든타임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10년 후, 어떤 엄마, 아내의 모습의 내가 될 건지 그려본 다음 5년, 3년, 1년, 한달, 일주일, 하루로 쪼개어 본다. 나는 10년 후, 나만의 브랜드로 책을 쓰고 강의를 할 것이다. 짧게 보면 1년 내에 책 한권을 집필할 것이고, 부모교육 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한달 후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부모교육 강사 과정은 일정에 맞춰 수강을 하면 된다. 매주 한 챕터가 완성이 되어야 하고, 매일 한 꼭지 A4 2.5 매 분량의 글을 써야한다. 아이들이 깨는 동시에 엄마 모드로 변신해야하기 때문에 오늘 분량 글을 쓸 시간은 오로지 아이들이 깨기 전 새벽시간 뿐이다. 그런 목표가 있으니 4시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극세사 이불의 촉감이 나의 온 몸을 감싸안고 풀어주지 않더라도 그 틈새로 기어 나올 수 밖에 없다. 빠져나온 후 작은 성공을 느끼고, 매일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저축한다. 한번 뿐인 인생인데 엄마 역할만 할 것인가? 언젠가 아이도 독립을 해야하지만 동시에 엄마도 독립을 해야한다. 그 때를 위한 장기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지금은 진짜 인생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엄마의 시간관리는 진짜 나의 인생을 위한 필수다. 아이가 깨기 전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며 충만함을 느낀다면 지금 내 곁의 아이에게도 더 집중할 수 있다.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아이에게, 아이 덕분에 성장할 수 있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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