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의미 - 독서와 글쓰기
육아휴직을 포함해서 약 10년 동안 나의 20대를 회사에 바쳤다. 사실 나의 청춘을 바쳤다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무슨 운이었는지 22살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대기업에 한방에 입사를 했다. 그 당시에는 원래 하고 싶었던 승무원을 포기하면서 까지 대기업에 최종합격 한 것이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스스로 박차고 나올 용기가 없었다. 마치 사랑이 식은 남자친구를 정리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 같다. 과연 이 사람보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또 다른 사랑이 오기는 할까?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해서 아닌 것을 알면서도 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용기가 부족했던 것을 첫 직장이 대기업이면 누구든 그만두기 힘들거라며 나의 운을 탓했다. 첫째 육아휴직 전까지는 1년에 수료해야하는 교육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보통 일주일 정도 서울에 있는 교육캠퍼스에서 진행되는데 ‘단비’와 같은 존재다. 개인의 업무능력향상을 위해 회사에서 시간,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회사의 취지대로 그 시간을 통해 업무능력을 향상 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자체 휴가였다. 교육이 지루해 지면 인터넷도 마음껏 하고, 오랜만에 서울 친구들 동기들도 만나고 거기에 교육출장비 까지...! 그럴 땐 진심으로 내가 대기업에 다니는 것에 감사했다. 교육출장은 나에게 또 다른 기회였다. 새로운 길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서울 문화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기회. 출근길 지옥철이 싫었기 때문에 특별히 할 게 없었지만 새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벽같이 출근을 한다. 지하철 역에서 나눠주는 메트로를 옆에 끼고, 탕정에서는 볼 수 없는 카페에서 라떼를 사서 in-서울 커리어우먼처럼 교육장으로 향한다. 교육 시작시간은 9시인데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다. 여유를 만끽하며 PC 를 켠다. 네이버 메인을 시작으로 요즘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훑어본 다음 회사 말고 먹고 살만한게 뭐가 있나 찾기 시작한다. ‘급여 보다는 시간이 자유로운 게 좋아. 여유롭게 살고 싶어.’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통계학과 전공에 IT 회사에서 몇 년의 경력이 전부다. IT 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로 찾아보는데 그럼 기술, 경험이 필요한데 졸업식 날이 입사일 이었던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 있을리 없었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일 없을까? 생각해 보니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 했던 카페 참 재미있었는데... 바리스타는 어떨까? 생각만으로 두근거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검색을 시작한다. 밑바닥부터 올라오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이미 시장에 넘치고 넘치는게 바리스타네... 헉.. 게다가 근무조건도 주말에 일 해야하고, 시간이 더 자유롭지 못하겠어. 거기에... 급여도 너무 작다. 이건 안되겠다. 음.. 학원강사?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관심도 없고.. 이런 식으로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을 보내다 보면 업무했을 때보다 더 피곤하다. 회사 밖도 별거 없단 생각에 우울하고 마음이 지친다. 저녁에 친구와 동기들을 만나 지금 회사 다니는 나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축복이라는 것을 확인받으며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하고 일상에 적응한다. 매년 같은 경로를 반복했다. 그 자리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네이게이션에 목적지가 없으니 뭐... 당연한 일이지.
어렸을 적부터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명 착한아이 콤플렉스다. 부모님은 내가 소란 안피우고 차분하고 착하게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셨다. 그리고 동생들의 본보기가 되는 착실한 언니의 모습을 원하셨다. 부모님의 뜻에 맞춰 사는게 정답인줄 알았다. 어렸을 땐 그렇게 자라는게 정답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자랐다. 물론 그분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내가 그런 아이가 아닌데? 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장환경이 몸에 베어 성인이 되어서는 셀프로 나에게 제한을 두었다. 작은 것 하나를 결정하는데 외적, 내적 전쟁을 치뤘다. 대부분 외부의 목소리가 승자가 되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경우에도 스스로 눈치 보기를 선택하고 합리화시키며 나의 의견을 접었다. 인간은 유일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누구나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돌이켜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그래서 피곤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정 내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남의 생각만 주구장창 했으니 피곤할 수밖에. 그렇게 몸만 자란 나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엄마가 되었다. 그 때 까지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채로 말이다. 내 삶을 시스템으로 비유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결국 찾을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생각의 주체가 내가 아닌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차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요즘은 정보의 홍수시대이다.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손가락만으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 어떠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내가 힘들어도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를 고민하고 찾는 것이다. 사람마다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살면서 찾아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내 안의 소리만 정확히 들을 수 있다면 언제든 외부의 정보는 찾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해 진다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그것에 맞는 정보와 기회가 나를 찾아온다.
인간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본다. (선택적 지각, ‘selective perception')
창조적 인간은 남들이 지나치는 자극을 잡아챈다.
정신질환은 그 자극 중 부정적인 것만을 받아들인다.
- 에디톨로지 김정운
지금까지 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내가 아닌 외부에 던지고, 외부에서 찾고 있었다. 평범하기에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와 창조적인 것은 거리가 멀고 내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어떻게 위기가 기회가 된단 말이지? 기회가 될 위기인지 어떻게 알고? 말이 기회지, 나한테 닥치면 위기일 뿐 인거다. 대단한 사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180도 다른 마인드가 장착되었다. 위기라고만 생각했던 남편의 부재 상황에서 진정한 내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내게 닥친 상황이 힘들다고만 생각했지 기회가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마음을 조금 다르게 먹는 순간 기회가 찾아와 주었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나처럼 기회가 되겠지만 또 어떤 사람은 같은 기간 동안 기회를 보지 못하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데 초점을 둘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좋은 일에서도‘위기’는 찾아온다. 그리고 누구에게나‘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 것을 바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즉,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마음에 달린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처한 상황은 진짜 위기상황이라고!!!’라고 외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위기상황에도 같은 공식이 적용 된다. 내가 정의한 것이 아니라 모든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하나로 통하는 진리다.
<<유시민의 공감필법 중>>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부의 개념이에요. 독서는 공부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효과가 특별히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책에는 글쓴이가 파악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 그 사람이 찾은 삶의 의미와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책에서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공감을 느끼거나 반박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자기 자신과 세상와 우주에 대해서 무엇인가 새로 알게 되거나, 삶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거나 어떤 강력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글쓰기는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감정은 쉼없이 생겼다 사라지고, 생각은 잠시도 그대로 머물지 않습니다. 글로 적어 붙잡아두지 않으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 감정과 생각은 언어도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어요.
우리의 삶에 필요한 진짜 공부란 이런 것이다.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
살아가면서 많은 위기의 상황을 이겨나갈 때 생기는 질문, 나의 길을 개척해 나가며 필요한 지혜는 내부에 있다. 내면의 목소리를 정확히 듣기 위해,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고 알고 내 삶으로 적용하기 위해 우리는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 어린 시절 교과목 공부가 아닌 내 삶을 위한 공부. 유시민의 공감필법이란 책에 이야기 했듯이 독서와 글쓰기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다. 더불어 육아를 하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언제 어디에서나 즉시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불안한 마음에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때’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결과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일단, 나 스스로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