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12월23일]지속할 수 있는 힘

배움의 즐거움 (好學)

남편은 근면 성실하다.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20분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5시 55분에 출근을한다. 중국 파견을 마치고 집 가까운 곳으로 부서배치를 받았다. 6시 5분 회사 버스를 타거나 놓치면 자전거를 타고 그것도 힘든 날엔 걸어서 출근 한다. 8시 업무 시작 전까지 아침을 먹고, 전화 중국어를 하고, 추가로 또 공부를 하는 남편을 보며 ‘어떻게 그렇게 한결 같냐고.. 대단하다’고 이야기 하면 남편 말로는 시골출신(?) 이라서 그렇단다. 시골 사람들이 다 남편 같지는 않기에 웃어 넘긴다. 분명 뭔가 다른 힘이 있을 거다. 남편과 나는 사내커플이다. 신입사원 때 같은 업무로 배치 받아 컴퓨터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 일을 배우고 시작했다. 나도 나름 자기계발 한다고 다른 사람들 보다는 일찍 출근했는데 남편은 늘 나보다 먼저 출근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남편을 알고 지낸 후 항상 같은 모습이다. 신입사원 때 그 당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자주 놀러를 다녔다. 그 곳에서도 남편의 근면함은 단연 돋보였다. 모두 술에 취해 잠이 들고 바닥에는 과자봉지, 술 병, 과일 껍질... 등 전날 저녁의 잔재들을 아침 일찍 일어난 남편이 정리했다. 정확한 장소는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나에게 아침산책을 가자고 남편이 제안했다. 서로 씻지도 않고 아침산택을 다녀왔던 기억이 참 따뜻하게 남아있다. 남편의 묵묵하고 한결같은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었던 남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끌렸던 것이다. 서로 입사 동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관계였지만 ‘이런 남자라면 평생 믿고 살아도 되겠다...’ 는 생각을 무심코 했다. 나도 게으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들쑥 날쑥 이었다. 몇 일 잘 하다가도 몇 달 게으름을 피우곤 했다. 마음 놓고 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남편처럼 한 가지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남이 보기에 부지런하고 늘 뭔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자기계발은 전혀 하지 않아도 지금 생활에 만족하면서 다닐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동료들이 부러웠다. ‘그럼 너도 그렇게 편하게 살아~’ 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게 함정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거였다면 유유자적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되돌아 보면 그렇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한결같은 내 모습이 있기까지 꼭 필요했던 시간이니까.


요즘 나의 하루는 4시에 시작된다. 5시 기상을 실천한지는 1년 정도가 되었는데 4시 기상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작정 써내려가는‘모닝페이지’를 40분 정도 하고,‘책쓰기’는 하루 A4 2.5 매 정도 쓰는데 2시간 반에서 3시간 가량 걸린다. 감사일기, 독서, 다른 개인적인 일을 조금이라도 하기 위해서 시간 관리는 필수다. 엄마가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잠을 줄이는 것!’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 낮 시간도 확보 하겠지만 지금은 두 아이 중 한 아이라도 일어나면 나의 공부시간은 종료된다. 육아하며 시간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낀다. 그래서 전날 늦게 잠이 들면 새벽에 일어나서 꽤 오랜 시간 비몽사몽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하루를 시작하는 글쓰기를 마무리 하려고 고집한다. 남편은 귀국 후 매일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중국 가기 전과 후, 확연하게 다른 나의 모습이다. 남편은 여전히 한결같다. 아마 중국에서도 같은 모습이었을 거다. 남편이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면 세상 가장 부스스한 모습을 하고 노트에 적고 있거나 키보드는 치고 있는 나를 가장 먼저 본다. 이제 남편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너 진짜 대단하다... 근데 제발 좀 쉬어가면서 해...” 매일 새벽에 이런 나의 모습을 알고 있는 엄마에게도 같은 말을 듣는다. “쉬면서 해~ 몸 상할라. 공부도 좋지만 네 몸을 먼저 생각해야지...” 학창시절 단 한번도 듣지 못했던 말을 다 커서 듣고 있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동시에 감기에 걸려 병원에 다녀왔는데 집에 와서 약을 먹이려다 보니 많은 종류의 약을 섞어 물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체 무슨 약이 이리 많아? 하며 약봉지를 살펴봤다. 요즘 약봉지에는 약 성분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기 때문에 읽어본 것이다. “여보야, 무슨 애들 약이 이렇게 많냐... 우리 가족 중에 약사 한명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약사가 한명도 없네...막내 재수를 시켜야하나???”웃으며 그랬더니 남편이 “그냥 네가 공부해~ 요즘처럼 공부하면 충분히 약사 되겠네~ 의사도 되겠다. 그게 더 빠를 것 같은데??” 남편 입을 통해 그런 말을 들으니 꽤 기분이 좋았다. “정말? 공부해서 약대 갈까?” 만약, 내가 정말 약대 공부를 한다면?? 혹은 가르치는게 좋아서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한다면 어떨까? 지금처럼 이 열정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물론 해봐야 알겠지만 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한다면 말 그대로 공부가 되어버릴 것 같다. 매일 새벽 토끼눈을 하고도 글쓰기를 하려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천년의 내공>>


만번을 준비하 수 있었던 고수의 비결, 즐거움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논어>>


단순히 아는 것이 지(知)의 단계라고 한다면, 호(好)는 공부가 좋아서 계속하는 단계다. 그리고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공부가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목적과 삶의 가치가 될 때 락(樂)의 단계가 된다. 달리 말하면 공부가 바로 삶이 되고, 삶이 공부가 되는 단계다.


나에게 글쓰기는 삶을 공부하는 하나의 도구나. 글쓰기는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목적과 삶의 가치이다.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허벅지를 꼬집어 가면서도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이유다.


공부는 2가지 공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새로운 지식 창출을 위한 배움의 공부. 두 번째, 인성을 쌓는 진짜 공부다. 두 가지 다 풍요로운 우리 삶을 위해 필요하지만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공부는 후자다. 특히, 소우주와 같은 아이를 기르는 엄마라면 필수다. 아이는 성장하는데 엄마는 그 자리 그대로 라면 어떻겠는가? 어쨌든 내가 아이보다 어른이니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의 아이는 원래 천재다, 이지성>>

교육자가 노력하지 않을 때 교육은 공허해진다. 자기 자신의 삶에서 치열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는 교육자는 아이들에게 “도전적으로 살아라”, “꿈을 갖고 살아라”, “위대한 목표를 가져라“ 라고 백날 말해보았자 먹혀들지 않는다. 메시지에 힘이 실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그렇게 살지 않는데 메시지에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저 잔소리일 뿐이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공부 잘해라”, “열심히 해라”, “일등 해라”, “대단한 사람이 되어라“ 라고 백날 말해보았자, 부모 자신이 그렇게 살지 않는다면 잔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교나사 부모 자신이 인생을 치열하게 도전적으로 살면 메시지에 놀라운 힘이 생긴다. 아니 굳이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그들을 닮으려고 노력한다. (...) 분명한 것은 부모가 나날이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도전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은 가정교육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전교 일등인 아이들 뒤에는 즐거운 공부 마인드를 가진 어머니들이 있다. 친구들에게 인기 최고인 아이들 뒤에는 어떤 모임에서든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어머니들이 있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잘 키워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나에게로 중심이 옮겨 왔다. 내가 먼저 성장하는 것이 아이가 잘 자라는 핵심 키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일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고 찾는 공부가 진정 즐겁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에게 공부는 내 삶 자체가 되었다.


어제 늦게 잠이 들었더니 매우 피곤한 새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는 나만의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렇게 오늘도 나의 기상시간은, 그리고 글쓰기는 지속된다. 그 힘은 원천은 ‘진정한 즐거움’이다. 나의 마음이 꾸준히 지속될 때만이 남편도 진심으로 나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믿기 시작한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도 아이도 새로운 자극을 받고, 함께 공부하는 문화가 조성이 될 것이다. 끈기를 갖는 것은 또 하나의 성공 경험이고, 더 큰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용기의 에너지가 된다. 늦은 때란 없다!!!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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