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12월24일]나의 꿈을 찾아서

떠나는 글쓰기 여행!!!

‘꿈이 뭐니?’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들과 달리 나는 이런 질문이 부담스러웠다. ‘꿈’이라고 하면 과학자, 의사, 선생님 같은 누구나 인정할만한, 있어 보이는 거여야 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받으며 자랐다. 꿈이란 그런 건 줄 알았다. 장래희망 란에 ‘선생님’을 적어내면서도 엄마에게 물어봤다. 대학에 입학하고 취직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면서 꾸는 ‘꿈’도 현실이 아닌 것처럼 이루고자 하는 ‘꿈’도 결국 꿈일 뿐이라고. 그렇게 나에게 닥치는 상황이 운명이라 믿으며 살아왔지만 ‘꿈’이란 단어는 늘 설레게 했다. 내 꿈이 뭔지도 모르면서 기적처럼 이루어지기를 바랬다.


지난 여름, 친한 친구네 가족과 계곡에 놀러갔을 때의 일이다. 친구네 첫째도 다섯 살 남자 아이라 승윤이와 잘 논다. 한참 둘이 잘 놀길래 우리는 평상에 앉아서 수박을 먹고 놀고 있었는데 승윤이가 한참을 제자리에 서서 손가락을 감싸고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승윤이를 불렀다. “승윤아, 괜찮아?”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픈 것 같다.“승윤아... 아파? 다쳤어?”그제서야 눈물이 그렁그렁해 진다. 가서 보니 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최대한 침착한 척, 승윤이를 살폈다. 둘이 돌 가지고 장난치다가 다친 모양이다. 이 날 뿐 아니라 승윤이는 동생과 집에서 놀 때 다쳐도 잘 참는다. 다른 아이들 같은 경우 조금만 아파도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어른이야 조금 아픈 것 가지고 호들갑을 떨면 엄살피운다고 하지만 아이의 경우 당연한게 아닐까? 맞고, 틀린 건 없지만 아픈 것을 아프다고 바로 알리는 것이 표현력이 좋다고 해얄지, 승윤이 처럼 바로 이야기 하지 않고 최대한 참아보는 것을 참을성이 좋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잘 받아주지 못했나? 이정도는 괜찮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나? 아이의 감정을 무시한 적이 있었을까?’ 되짚어 보기도 한다. 때로 이런 승윤이를 보면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나도 뭐든 잘 참는다. 승윤이 출산 날 하루종일 집에서 진통을 참느라 병원 가자마자 30분 만에 아이를 낳으며 의사선생님께 혼났던 기억이 난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이러면 위험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네 꿈이 뭐니? 라는 질문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답을 찾으려고 했다면 훨씬 어린 나이에 찾았을지 모르겠다. 습관적으로‘나’에 대한 인생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회피했다. 그런 건 특별한 사람들이 이루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나의 인생을 외부 환경,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며 괜찮은 척을 했다. 괜찮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다. 지금까지 요리조리 피해오며 잘 살아왔는데‘나’에 대해 밑바닥부터 알아가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하면 어떻하지... 다 커서 흔들리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내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묻어두었다. 괜찮은 척 하는 것이 그 순간에 최선의 방법이었고,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아마 승윤이가 이런 나를 닮은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요즘은 SPEED 가 중요한 시대다. 안그래도 빨리빨리를 외치던 문화다. 창피하지만 승윤이가 엄마, 아빠 다음으로 처음 입을 뗀 말도 “빨리빨리” 였다. 지금은 빨리를 외치기도 전에 손가락 하나로 처리가 가능하다. 너무 편해졌지만 그만큼 인내력, 참을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 지긋이, 느긋하게, 깊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 질문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살면서 진지하게 나에 대한 질문,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남편을 중국으로 보내놓고 두 아이와 온종일 전쟁을 치르다가 힘듦이 턱까지 받친 어느 날이었다. 나는 괜찮아야 했기 때문에 어디에 풀지 못했던 것이 쌓이고 쌓여 넘치기 직전, 마음속 팽팽했던 것이 툭 끊어졌다. 묵직했던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내려놓으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차피 남편도 없고 우리 셋이 지지고 볶는거 느리게, 천천히 살기로 마음먹었다. 미루어 왔던 나에 대한 질문, 최종적으로는 나의 꿈이 무엇인지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더 이상 무시하고 피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뭐라도 해야겠는데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할 수 있는게 독서 밖에 없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력서 취미에 독서라고 적어놓고 1년에 책 한권도 제대로 읽지 않은 나였다. 우주최고로 바쁜 주부가 되어서야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자투리 시간, 아이들 자는 시간 내 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었다. 인간은, 특히 나란 애는 뭔가 결핍이 있을 때만이 소중함을 느끼고 하나씩 깨닫는다. 위기의 상황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걸 보면 세상에 의미없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책을 읽을수록 좋다는 생각과 동시에 답답함이 몰려왔다.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았다. 한껏 흩어져 있는 내 생각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기처럼 쓰면서 정리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엄두가 안났다. 끌어당김의 법칙 처럼 인터넷을 하는데 나에게 딱 맞는 과정을 찾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100일 글쓰기 과정’이었다. 함께 신청한 사람끼리 100일 동안 자유로운 주제로 매일 글을 쓰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습관을 들이기 위한 것인데 그 당시 나에게 딱 맞는 과정이었다.


2015년 8월 24일. 첫 번째 나의 글이다.


지금 나에게 인생의 거짓말은?

『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인생의 과제 앞에서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열등콤플렉스를 끄집어낸다. 그런데 그런 구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기만 할 뿐이다. (...) 그러나 아들러가 보기에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구실을 통해 타인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그와 같은 구실을 '인생의 거짓말'이라고 불렀다.』

<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中 >
11월 중순 복직을 앞두고 있는 나.
독서를 하며 생각도 많이 해보고 내린 결론은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는 육아라는 것이다.
운 좋게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야말로 수동적인 직장생활이었다.

현재 계획으로는 일단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육아와 내조에 힘쓰고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하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고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정말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을 시작할 생각이다.

하지만 한편 드는 생각은 ‘이것을 핑계로 내가 회사를 그만 두려는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계속해서 그만두고 싶었던 회사다. 그만 둘 그럴싸할 구실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 둘 용기도 없었다. 누구나 지금의 내 상황을 알게 된다면 회사를 그만 둘 어느 정도 합당한 이유가 된다. 나는 그걸 바라는 것일까?
아니라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의 삶이고 육아라고... 진짜 원하는 일은 이번기회에 찾은 후 내 마음이 원해서 시작할 거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이런 저런 핑계로 회사생활을 그만두지 못했던 것이 인생의 거짓말이다!


당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이란 책을 읽고 있었나 보다. 평소 같았으면 읽으면서 좋다고 생각하고 넘겼을 텐데 매일 글을 쓸 거니까 책을 읽고 와닿는 부분을 적어보자고 생각이 들어 썼던 글이다. 다 쓰고 난 후 첫 느낌은, 후련했다. 마음의 묵은 때가 벗겨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 내 생각을 문자로 풀어낸 만큼의 때가 벗겨졌다.


9월 23일. 서른한번 째 글이다.


나에게 글쓰기란?
어느덧 30일 이다. '온라인 100일 글쓰기' 를 신청해 놓고 시작할 날을 기다리며 설레였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사실 글쓰기 라는게 의지만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살다보면 그런 일들이 참 많다. 특히 의지가 약한 나는 더더욱. 그렇게 100일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지난 30일 동안의 내 글을 되돌아보니 마음속, 머릿속 뒤죽박죽 이야기들을 정리한 글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 훨씬 수준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벌써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 이란걸 안다. 우선은 30일 동안 글을 쓰며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된 것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내 마음에 귀 기울여 본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 '글쓰기' 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체계적으로 글쓰는 훈련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는 강의를 들을수도 혼자서 어딘가를 갈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일단 내년 남편이 입국하기 전까지는 온라인을 통한 글쓰기와 독서를 꾸준히 하려고 한다. 나는 항상 마음이 앞서 일단 일을 저지르고 뒷 수습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이 상황은 그런 나를 수양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글쓰기와 독서 외에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앞서가는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해야 겠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글쓰기. 함께 하는 힘이 이정도로 큰 줄 몰랐다.


100일 글쓰기의 첫 번째 날 쓰기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31일째 되던 날 글쓰기가 나에게 쓰기 이상의 것이라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100일 완주를 했다. 1년 반 전의 나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것도 그 당시 내가 글을 써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면 글쓰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96일째 되는 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지며 앞으로 나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어떻게 나를 만들어갈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관점이 바뀌며 생각하는 범위가 확장되어갔다.


『 내가 누구인지 찾아 헤매는 제게 사진은 말해줍니다. "나는 변화하는 속성을 지녔어." 라고요. 10년 전의 과거 사진을 한번 꺼내보세요. 지금의 내 모습과 10년 전의 내 모습, 지금 나의 생각과 그때 나의 생각은 참 많이 변해 있을 겁니다. 이 말인즉슨 지금 내가 아무리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 하더라도, 10년 후의 나는 변해 있을거란 뜻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나라는 존재는 절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어떻게 나를 만들어갈지를 생각해보는 게 맞는 거죠. 』 <p.276, 인문학습관>


100일을 완주할 무렵 드는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그 당시 읽고 있던 책이 [인문학습관] 이었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마이북 프로젝트를 바로 이어 시작했다. 50일 프로젝트 인데 인문학습관 저자인 윤소정 대표가 운영하는 ‘인큐’라는 카페에서 매일 양식지를 다운받아 주제에 맞는 글쓰기를 하는 미션이었다. 100일 완주의 힘으로 마이북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조각조각 흩어져있던 나에 대한 정보를 퍼즐처럼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쑥스러움이 있지만 다른 사람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프리젠테이션 대회, 발표 준비, 강의와 같은 것을 맡았을 때 힘들어도 즐겁게 끝까지 몰입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꿈이 뭔지도 몰랐고, 이룰 수도 없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 50일 동안 진지하게 글을 쓰며 나의 삶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 고민을 했다. 생각만 했다면 공중분해 되었을 것이다. 글로 잡아 둔 고민의 흔적들은 이렇게 언제 어디에서나 다시 볼 수 있다.


★ 1년 뒤 (2017년) 나는,

나만의 공간(집, 도서관, 까페) 에서 내 이름으로 출판될 책을 쓰고 있을 것이다. 내 삶, 미래를 위한 첫걸음 이다.

☞ 이를 위해서,

남편이 귀국하는 3월 까지는 마이북 프로젝트를 마치고 아티스트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에 소개된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을 진행하며 매일 글을 쓸 것이다. 그 후, 5월에는 프로젝트에 투입!(7주간) 하여 9월까지 1차 완료를 하는 것이 목표이다.

더불어 꾸준히 할 것은 독서(월 10권) 및 육아에 대한 기록(주1회)이다.


★ 3년 뒤 (2019년) 나는,

1) 나만의 공간(작업실, 까페) 에서 내 이름으로 출판될 또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2) 나를 필요로 하는 곳 or 내가 필요해 보이는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 이를 위해서,

2016년 이후, 2017년, 2018년에도 꾸준한 독서를 하며 필요 시 전문분야를 공부할 것이다.


★ 10년 뒤 (2026년) 나는,

1) 내 작업실에서 강의, 집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2) 여러 곳에서 가족과 함께 봉사와 기부를 하며 나눔을 실천할 것이다.

☞ 이를 위해서,


지금부터 매일 위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10년 뒤 내 모습에 가까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부활동은 2016년 1월 처음으로 기아대책에서 해외아동 2명을 결연 맺어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둘째가 조금만 더 자라면 가족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50일 프로젝트 이후, 맺어진 새로운 인연으로 나의 업을 정했고, 더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수정해가며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오늘의 내가 자신 있게 꿈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한 줄이라도 꾸준히 글을 쓰며 더 이상 나를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내면의 깊이와 꿈의 뿌리가 단단해졌다. 그 과정은 모두 기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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