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관성의 원리 (The Inconsistency Principle)
' 나는 아이에게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 엄마인가? '
훌륭한 엄마라면 아이에게 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허용했던 행동을 오늘 나의 기분, 몸 상태에 따라 허용하지 못할 때 죄책감이 들었다. 나의 이런 일관되지 않은 행동을 아이가 배울까봐 겁이 났다. 나도 잘 하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어떤 본보기가 될 수 있을지 떳떳하지 못한 엄마가 된 느낌이었다.
이러한 생각들이 '힘든 육아'를 더욱 ' 어렵고 부담스럽게 ' 만든다.
P.E.T (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부모역할 훈련) 에서는 교육에 앞서 근본원리 중 하나로 '비일관성의 원리' 에 대해 이야기 한다. 부모가 자녀의 어떤 행위에 대해 언제나 같은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신념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하는 행동을 허용할 수 있는 행위(수용행위)와 허용할 수 없는 행위(비수용 행위) 로 나누어 보자. 예를 들어 아이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행위가 내가 설겆이를 하고 있을 때에는 수용범위에 있지만, 애청하는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는 비수용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또 나에게 매달리며 애교를 부리는 행위가 평소에는 수용행위 였지만 나의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을 때에는 비수용행위가 된다.
이처럼 수용할 수 있는 한계는 고정적이지 않다. 엄마 역시 감정이 있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불일치성을 야기하는데는 '나의 기분' 뿐 아니라 , 자녀, 그리고 환경의 영향' 이 있다.)
이러한 불일치성의 원리를 받아들여야 죄책감과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있다. 우리는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고, 우리가 자녀에 대해 불일치된 감정을 가지는 것도 사람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 만으로도 '엄마' 역할의 무거운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다.
나의 경우 P.E.T 를 배운 후, 나의 현재 (감정, 몸) 상태로 인하여 일관성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해야할때 나의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대신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P.E.T 에서는 이를 '나-전달법' 이라고 한다. 아이의 행동이 나에게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그것에 대한 나의 1차 감정을 아이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 나-전달법 공식
(너의) 행동 + (나에게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 + (구체적인 영향에 대한 나의) 감정
ex. (네가) 놀아달라고 하는데 엄마가 지금 감기 때문에 코랑 머리가 아파서 신나게 놀아주기가 힘들어.
그래서 엄마도 속상해. ㅇㅇ 야, 엄마가 얼른 나아서 신나게 놀아줄게.
아이에게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나의 감정을 억누르다가 결국 화를 낸다면 아이는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반복되다보면 엄마를 신뢰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된다. 이번엔 화를 내지 않고 잘 넘겼다고 해도 '억누른 감정'은 쌓여 언젠가 분출하게 된다. 그 것을 잘 다스리는 것 또한 엄마의 역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엄마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와 소통한다면 더욱 건강한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고 대화 대신 강압적이고 함부로 대하지는 않은가?
내 뱃속에서 나온 나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내 '아래' 라고 여기며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내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아이도 하나의 고유한 인격체 임을 염두에 두고 어른 대하듯 여긴다면 감정적으로 대처하기 전에 나의 감정을 전달하기 쉬워진다. 나의 아이를 친한 친구에게 하듯 대하는 것이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똑똑하다. 언어적으로 100% 이해하지 못할 지라도 나의 표정, 말투, 눈빛, 에너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나보다 훨씬 넓고 열린 마음을 갖고 이해한다.
내가 아이를 믿는 만큼 아이도 엄마를 믿는다.
내가 아이를 보는 대로 아이도 엄마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