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10월18일] 아까워하다

진정 아까운 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깝지도 않냐?"

"아니, 앞으로 살아갈날이 더 아까워.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김영하 <말하다>





'아까워하다' 라는 문장에서 '집착' 과 '미련' 을 느낀다. "아까워서 어떻게 버려?" 물건을 정리할 때도 그렇다. 책상 위에 1년 넘게 있지만 한번도 손이 가지 않은 물건, 몇 년째 옷장을 차지하고있지만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옷들. 정리해 버리면 함께 한 추억 또한 사라져 버리는 거라고 여겼는지? 혹은 잔정이 많은 거라며 스스로 합리화 하며 집착한 것 일수도. 그러나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확실한 한가지. 안 쓰는 물건, 몇해 손이 안가는 옷은 결국 버리게 된다는 것. 지금까지 낭비한 옷장이 더 아까웠다는 사실이다.


직장생활을 10년했다. 1년, 3년, 5년차 되던 해 퇴사의 고비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때마다 같은 소리를 들었다. 1년 차에, "남들은 취직 못해서 안달인데... 입사한 게 아깝지도 않냐? 적어도 3년은 해봐야지..." 그래. 내가 매일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고 한숨을 쉬며 출퇴근을 해도 사회경험이 적고 너무 어린 나이였으니까... 3년 차에,"이제 선임 승격했는데 아깝지도 않냐? 원래 3년 차 고비라는 게 있다더라... " 그런가? 그래...이제 선임도 달았으니까.. 그만두기 아깝긴 하네. 5년차에, "원래 직장생활 이라는 게 다 힘든 거야. 너만힘든 게 아니라 다 힘들어... 다른 것 시작한다고 좋을 것 같지? 또그게 일이 되면 힘들어... 그래도 5년이나 했는데 지금까지해온 게 아깝지도 않냐?" 그.런.가?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똑같이 힘든 건가? 그런 마음으로 이어온 10년이었다.


육아휴직 중에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지금도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10년이나 했는데 아깝지 않아?지금까지 해온 게 아깝다...' '이제 공부 시작해서 어느 세월에....'


되돌아보니 아까워하는 것도 습관이더라. 내 마음은 이미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도대체 무엇이 아깝다고 붙잡고 있었는지? 그 때는 물건도, 옷도, 직장생활도... 나에대한 전반적인 것에 그런 태도를 보였다. 희미하게 들리는 내 목소리를 자꾸 무시하고, 외부의 소리로 다독이며 설득을 시켰다.


문득, 더이상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아까운 것이 무엇인지?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으로 나의 삶을 바라보니 시작하니 사라졌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집착과 미련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차단하는지, 불필요한 에너지를낭비하게 하는지 인식한다면 더 이상 지나온 것들을 정리하는 게 아깝지 않다. 지금은 명확히 안다. 지금까지의 경력, 손때가 아까운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아깝다는 것' 을. '새로운 기회를 막는 것이 더 아깝다는 것'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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