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11월27일] 기록은 잉태의 순간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기록!

11월 26일, 어머님 칠순 잔치를 치렀다. 지난 4월 말에 가족끼리 태국(치앙마이) 여행은 다녀왔고, 이번엔 친척들 모두 모여 식사하는 자리였다. 어머님은 5남매의 맏이다. 바로 아래 남동생 하나, 여동생 셋인데 막내 이모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시고모님이 두 분 계신다. 모든 분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들이 어머님의 칠순을 축하해주셨다. 친정아빠가 2년 후, 회갑이시기 때문에 칠순이 참 멀게만 느껴지는데 남편이 늦둥이라 어머님이 벌써 칠순이시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고생 많이 하고 사셨다.


아버님은 남편이 5살 때 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머님은 지금 남편 정도의 나이부터 혼자 살아오신 거고 우리 남편은 승윤이 만할 때 아빠를 하늘나라로 양보한 셈이다. 이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의 마음도 편치 않으셨겠지만 역시 모든 것은 남아있는 사람의 몫이다. 자식들 잘 키워내시고 손주, 손녀들도 많이 보신 우리 어머니.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어머님의 칠순을 축하하고 있으니 멋지게 살아내어 주신 어머님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빠 없이 잘 자라준 남편에게도.


맏언니로서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등에 지고 사셨을까...? 아직도 모든 동생들의 김장을 어머님이 해 주신다. 동네 분들과 함께 품앗이로 김장을 하고 계시는데 500포기는 기본이다. 어머님은 불평하나 없으시고 당연하다는 듯, 기쁨이라는 듯 김장을 하고, 나눠주신다. 올해도 칠순 잔치 전날 김장을 하시고, 잔치를 위해 모인 동생들과 자식들에게 김장김치를 나누어 주셨다. 마음도 손도 참 크시다. 말수는 없으시지만 말 대신 행동으로 사랑 표현을 하시는 멋진 분이다. 어머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아마 평생 그 마음은 따라가지 못할지도...


내가 칠순이 되면?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까?

20권 정도 책을 낸 작가? 인생을 풀어 담은 강의를 하는 강사? 나로 인해 더 많은 엄마들이 육아를 통해 엄마의 성장을 이루는데 일조하여 좀 더 밝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게 되었을까? 김미경 강사님, 오프라 윈프리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이름을 건 '박선진 쇼'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칠순 잔치는 잠실 종합운동장을 빌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나의 재능을 기부하는 자리로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사실, 내 인생 전체적인 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내 나이 칠순 때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머님 칠순을 맞아 글을 써보니 내가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지 정리가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이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지 감이 온다.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어머님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 자라왔기에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더 큰 것을 이루어 주고 내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 어머님의 삶을 존경한다. 외조를 너무나 잘 해주는 이렇게 멋진 남편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셨으니 말이다. 지금도 여러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그중에 자식 농사 하나 참 잘 지으셨다. 그런 남편을 나에게 주셨으니 그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머님이 너무나 잘 키워주신 아들 덕분에 며느리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모습을 어머님 건강하실 때 보여드리고 싶다.


어머님 칠순 때 내가 느낀 점과 내가 원하는 칠순 때의 모습, 목표를 잘 기록해 두어야겠다. 생각은 잊혀지지만 생각을 글로 옮기면 잡아둘 수 있다. 잡아둔 생각만이 진짜 나의 생각이다. 이렇게 글에는 엄청난 힘과 비밀이 숨겨져 있다. 어머니 세대와 우리 세대는 참 많이 다르다. 어머니 세대에 어머님은 최고의 성과를 내셨다. 나도 우리네 세대에 맞는 최고의 성과를 내는 며느리, 아내, 엄마, 딸, 박선진이 되어야겠다. 모든 역사도 기록에서 시작돼 듯 나의 역사도 기록에서 시작된다. 아!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이 있는데, 몇 권의 책을 낸 후 우리 어머님의 자서전을 며느리의 관점에서 써보는 건 어떨까? 나보다 훨씬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어머님의 인생을 내가 풀어내기에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 과정 또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팔순 기념 선물로 드리는 거다.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린다.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잘 탄생할 수 있도록 기록해두어야지.


기록은 잉태의 순간이다. 잉태한 순간 탄생을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또 하나의 생명이 탄생할 생각으로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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