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12월12일]가족사랑은 내삶의 포기가 아니다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 누구보다 좋아했던 사람은 엄마다. 엄마는 전업주부다. 83년에 아빠와 결혼하고 나를 낳은 후로 학교 급식실 에서 잠깐 근무한 걸 빼고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으셨다. 아빠는 대한민국 가장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남자 중 B형 남자다. 엄마 말로는 결혼 초반에는 엄마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 그렇지 않다고 해서 사랑이 변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의 종류와 표현하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20대에는 20대의 사랑, 50대에는 50대의 사랑이 있다고 믿는다.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가 아빠 앞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는 여자도 최대한 오래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여자도 가정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이다. 엄마 말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다. 나 스스로도 경제활동을 했을 때에는 작은 거라도 더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대로 전업맘의 생활을 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남편 눈치를 보게 된다. 분명히 더 힘들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엄마들은 미혼인 여성보다 남자들보다 더욱 다양한 이유로 사회생활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업맘으로 전향하는게 자의반 타의반 이겠지만 대부분 엄마가 직장생활을 그만두는 것은 가족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도 내가 직장생활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내 삶을 희생하고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그렇게도 만류하시는거다. 엄마가 평생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가족을 돌보셨던 것을 엄마 삶을 포기하고 희생하신거라고 여기시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엄마를 위해서라도 내가 더욱 커리어 우먼으로 멋진 워킹맘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는데 내 생각은 달랐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 지고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는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진정 내 삶을 포기하는 것이라 여겨졌다.


퇴사를 생각하며 출근하는 직장생활은 나를 힘들게 했다. 맞벌이를 하면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지만 정신적 보상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그만두는 것도 답은 아니다. 첫째 육아휴직은 내 인생에 기회였다. 아니,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 멋지게 퇴사할 생각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내 꿈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회사 다닐 때 보다 시간도 많고, 여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된 시작이었다. 어영부영 시간은 흘러갔다. 나의 꿈은 찾지 못했지만 복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때 내 눈에 걸린 것이 책육아! 였다. 그래!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나의 목표다. 책육아만 제대로 하면 내 삶은 달라질거야! 승윤이가 잘 크면 나는 아이를 잘 키운 최고의 엄마가 되는거지! 그렇게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책육아를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지랄발랄 하은맘의‘불량육아’라는 책 덕분에 책육아가 유행처럼 번졌고, 알면 알수록 다단계처럼 빠져들었다. 꼭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 논리로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올인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남편은 나의 생각과 달랐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복직이 싫어서 육아를 선택한 것이지 정말 내 꿈이 책육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가 커버리면? 내 능력이 너무 아깝지 않겠냐...며 나를 설득했다.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나를 배려하는 듯 이야기 했지만 그 당시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 논리를 100% 인정하지는 않는다. 회사 내에서 내가 쌓아놓은 경력은 아깝지만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숲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나무에만 연연해하는 것이다. 쌓아놓은 경력을 버리고 육아를 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이 무조건 엄마의 삶을 희생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돌이켜 보건데 그 당시엔 남편 말이 맞았다. 책육아가 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었다. 내 인생을 걸고 하고 싶다기 보다 복직하기 싫었던 것이 훨씬 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복직을 했지만 여전히 내 삶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품고 있었다.


요즘 같은 경우 환경적인 문제로 엄마가 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특히나 꿈이 분명한 여성일 경우 더욱 육아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경력단절도 피해가기 힘들다. 남녀평등을 넘어선 역차별의 시대이고 맞벌이가 자연스러운 요즘이지만 육아는 여전히 여자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크다. 또한 엄마이기에 모성애와 커리어 사이에 출산 후 힘들고 큰 선택들을 해야 한다. 아이를 낳았으면 어느 것보다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책임을 져야하는게 맞다. 아이는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육아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 때문에 내 삶을 포기한다고 여긴다면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없다. 친정 엄마는 딸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회사생활을 포기하는 것이 내 삶을 희생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회사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라셨다. 나는 엄마와 같은 생각으로 회사생활을 이어가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생각 모두 문제가 있다. 엄마로써 육아를 선택하여 전업맘이 되든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워킹맘의 삶을 선택하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선택의 중심인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아야한다. 종이와 펜을 꺼내어놓고 솔직한 나의 마음을 마주해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내가 선택한 것에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말이다. 나는 무엇을 하든 내 마음이 편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잠이 모자라고 피곤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좀 더 성숙한 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사회적인 위치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그럴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 엄마가 마음에 여유가 없고 편하지 않는데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어렸을 때 아빠 엄마와 함께 즐겨보던 주말 드라마 속 엄마는 하나같이‘희생’의 아이콘이다. 간혹, 사회적 성공을 위해 일에 매진하는 여성도 출현하지만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지 않는다. 진정한 어머니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남편 내조와 자식 뒷바라지를 악착같이 해내는 모습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힘든 역경을 이겨내며 나 하나 희생하여 모두를 위한 것을 선택한다. 드라마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어머니의 희생과 바라지 않는 내리사랑의 아름다움을 말하고자 하는 거겠지만 매번 똑같은 모습들에 답답하곤 했다. 요즘 드라마는 시대의 변화 따라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TV 에서도 보여주듯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지만 현실은 멀고도 험하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육아는 엄마만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의 몫인데도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에 한참 후진국 이다.


내 삶에 ‘나’는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내가 아무리 머리가 좋고 돈이 많다고 해도 혼자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군가 관계를 맺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누군가와 어우러졌을 때 진정한 가치, 나만의 빛을 낼 수 있다. 굳이 내려하지 않아도 반짝반짝 빛나게 되어있다. 가족은 나를 있게 하는 힘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긍정의 원동력이어야 한다. 가화만사성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역할이다. 부담을 갖자는 말이 아니라 엄마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 이다. 워킹맘이라고 해서 가족에 소홀하고, 전업맘 이라고 해서 내 삶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위치에 있든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지금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모두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가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글쓰기 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 나를 둘러싼 상황을 기록해 보자. 남기기 위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기록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 내가 처한 상황, 내가 바라는 모습,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 심장이 뛰는 순간, 나의 가치, 나의 죽음 등..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적어보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내가 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그렇듯 매일 나를 마주하다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달리 들 때가 있다. 쓰는 자체가 재미있어 지는 순간이 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나를 알아가고, 글쓰기를 통해 성장할 것이다. 내가 성장할 때만이 온 가족이 함께 성장한다. 가족 사랑을 위해 내 삶을 포기하지 말자! 가족 사랑을 위해 내 삶을 선택하자! 가족사랑은 내 삶을 포기가 아니다. 가족사랑은 나를 있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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