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23] 걷다 느끼다 쓰다(이해사)
오늘 회사 앞자리에 앉아 계신 선생님께서 점심식사 이후 샤인머스킷 몇 알을 주셨다. 마트에서 한 송이에 만 원정도 하는 걸 알았기에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그 과일을 먹어 보니 씨도 없고, 너무 달고 맛있었다. 과일 맛이 맛있었던 것보다 그 선생님께서 생각나서 좀 챙겨 왔다는 말에 더 많은 기운을 받았다. 최근 국정감사를 대응하면서 팀장님의 민감함, 불안 등이 전가되면서 나의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주변 선생님의 작은 관심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아침에 오늘 내가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지워가면서 일을 하는데, 그러면 일을 빼먹지 않을 뿐 아니라 하나씩 목록을 지워가면서 마음을 안정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일을 지시하는 팀장님께서는 나의 계획에 관계없이 어떤 일을 먼저 하라고 지시하고, 갑자기 급하다고 또 다른 업무를 언제까지 완료하라고 지시하는 것에 부담을 받고 있다.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것에 대해 내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의 계획보다는 시키는 일 대로 우선순위를 바꾸고, 언제까지 되냐는 말을 듣기 전에 중간보고를 업무 중 계속하면서 버텨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나름대로 맞춰가려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팀장님은 내가 하는 업무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회의실로 따로 부르시고는 무슨 불만이 있냐고 묻는데... 나는 도저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 외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나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고 이 상황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 약 6개월도 노출되면서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책임감은 떨어지고, 소극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하게 되었다. 내가 팀장님과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나로 인해 팀장님도 힘들 것을 알기에 이건 우리 둘 뿐 아니라 우리 팀, 나아가는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팀장님을 보고 있자면, 이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어렵다. 나도 지금 팀으로 이동해 오기 전에 파트장을 하면서 일 만 잘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상대방의 기분, 상황 등을 고려하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그대로 일을 하길 원했다. 그러나 사람은 로봇이 아니고 일이 잘되는 것만큼 상대방의 성장과 회사 내 행복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팀 분위기에서는 결코 좋은 성과도 나올 수 없다.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장기적 관점의 계획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면 장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찌 보면 행복을 미루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래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지금의 어려움을 견디게 해 준다. 그리고 타인에 의해 나의 생활이 무너지고 불행해 지기보다 내가 담담하게 나의 일을 해낼 수 있는 내공을 길러야 한다. 환경은 순식간에 변화한다. 환경에 의해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고, 같이 일하는 누군가에 의해 나의 성과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프로는 어떤 악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프로다. 회사에서 돈을 받는 한 어떤 상황에서도 내 몫을 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나의 회사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걷는 것과 글을 쓰는 활동을 하고 있다. 걷기는 지난 1년 전 사건에서 날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 걸으며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고 심리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글을 쓰면서 나의 왜곡된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었고, 불안감도 많이 낮아졌다. 이번에 읽은 이해사 작가님의 ‘걷다 느끼다 쓰다’라는 책은 직장인으로서 책을 출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고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 책을 한 권 쓰면서 그 분야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꼭 책을 출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책을 한 권 쓴다는 것은 두렵지만 하루에 20분씩 2번에 나누어 글을 쓰면 한 달 안에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방법론도 수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나의 글쓰기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였다. 글을 쓰면서 내 인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두렵지만 글을 쓰는 행위가 즐겁다면 조금씩 써 볼까 한다. 글을 쓰는 것은 누구의 지시 없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