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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Nov 30. 2023

24. 회사에서의 성과와 인생에서의 성과 비교해 보기

: [서평 24] 나는 나를 고용하기로 했다(토마스 오풍)

  연말은 평가의 시기이다. 평가에 따라 연말 상여금이 달라진다. 상여금과 같은 실질적인 차등 외에도 내가 일 년 동안 조직 내에서 업적을 상사에 의해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결과 치로 그 중요성이 있다. 대부분 본인이 생각한 등급보다 잘 나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결과에 따라 회사에서의 내년도 목표나 부서이동 등을 고민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나는 비교적 항상 평균 이상의 등급을 받았다. 회사 일을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서 열심히 하기도 했고, 윗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잘 알았기 때문 일수도 있다. 매년 나의 회사에서의 등급이 매겨져 쌓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실제 나의 인생에서 나의 가치가 어떻게 쌓이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나는 사회 내 직업인으로서 나의 가치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래서 커리어패스를 엑셀표로 관리해 오고 있는데, 3년 목표, 5년 목표, 10년 목표를 세우고 당해연도에 이루어야 할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진도 관리를 해 오고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이었는데,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과 함께 나의 전문성을 쌓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텐저블 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 고민했다. 그런 쪼개진 목표들의 예로는 박사학위 취득이 있었고, 학술지 논문 게재도 있었고, 자격증 취득도 있었다. 그 상황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것이라 생각했던 목표였고, 그것을 이루었을 때 성취감도 얻었으며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 10년 동안의 직장생활 동안 일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나 스스로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래서 너는 무엇을 할 줄 아는데?”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나는 이걸 할 줄 안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공부문의 한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너는 어떤 계획으로 무슨 공부하고 있는지?’ 또는 ‘지금 회사를 나가면 너는 무엇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지?’ 물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목표가 뚜렷하거나 자신감 있는 친구는 드물었다. 대기업일수록 전체의 일을 보기보다는 자신이 맡은 한 부분에 전문가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고용하기로 했다’는 책은 그런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읽기 시작했고, 책에서는 최근 고용시장의 변화와 함께 실제로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사람들의 예시가 많이 제시되었다. 사례로 광고업이나, 프로그램 기술자, 기업 프로모션 작가 등이 등장했는데 나의 커리어 페스와는 딱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고민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만큼 혼자서 자신이 가진 스킬만으로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오히려 책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보다 함께 일 할 수 있는 관계 관리 등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항상 어떤 책을 읽고서 그 가운데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인생의 답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계속 읽는 것은 그 가운데서 무엇하나라도 건지고 싶은 마음 때문 일 것이다. 정답은 오로지 자신 속에 있다. 책에서 어떤 완벽한 루션과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도 설령 그것이 유일한 정답이라 할지라도 내가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많은 조언 중 하나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회사 생활이 힘들어서,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서, 내가 혼자 하는 일을 회사 밖에서 찾기 위해서, 관련 책들을 읽고 글로 정리할수록 회사 생활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여기 정도 내가 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인 보상을 주며,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곳이 없다. 시장은 너무 냉혹하고 나 혼자 해나갈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글로 쓰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내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했던 학위, 자격증, 논문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 평생 함께할 수 있는 믿을만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 주말에 부모님과 맛있는 것을 먹는것 등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알게 되었다. 그것 들이 시장에서의 나의 등급을 매기는 객관적인 지표로 표현되지 못할지라도 나의 얼굴표정, 남을 대하는 태도, 나의 말투에 쌓여 나의 가치를 올려주고 있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일 할 수 있는 동료가 된다는 것이야 말로 나의 시장성을 올려주는 가장 큰 지표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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